미디어 눈 두 번째 눈사람. 송준호의 이야기
형, 이거 본 적 있어요?
‘난 한 번만이라도 행보카고 시픙데, 왜 나 꽈찌쭈는 행보칼수가 없어!’
"뭐 따라 하는 거야? 하하하. 완전 똑같다!"
형, 소혜가 상어 춤 추는 거 봤어요? (두둠칫 두둠칫)
“그게 무슨 춤이야?”
(아기 상어~)
주변에 그런 친구 한 명은 꼭 있는 것 같다. “이거 봤어?”하고 사람들을 모아 드라마의 한 장면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유행이 바뀔 때마다 최신 춤을 따라 추고, 식사 자리에서 교수님의 말투를 기가 막히게 따라 해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친구. 보고 들은 것을 온몸을 살려 전하는데, 얼굴 한번 안 빨개지는 타고난 무대 체질.
미디어 눈의 팀원으로 가장 처음 송준호가 떠올랐던 것도 이야기 전달 하나는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게다가 낮고 묵직한데 거칠지 않은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 서글서글한 웃는 인상 덕분에, 오디오, 비디오 모두 가능한 뉴미디어에 최적화된 멤버다.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는 몰라도 보고 들은 이야기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송준호를 소개한다.
조은총 (이하 조): 꽈찌주, 소혜부터 시작해서 유튜버 보물섬, 보이즈빌리지 등등 송 에디터가 보라고 한 게 한 둘이 아니에요. 송 에디터가 따라 하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저도 찾아봤잖아요. 요즘에는 어떤 콘텐츠를 재밌게 보고 있나요?
송준호 (이하 송): 유튜브, 팟캐스트, 시사, 먹방, 게임 방송 다 골고루 봐요. 게임 방송은 테스터 훈을 좋아하고요. 유튜브에서는 보이즈빌리지 콘텐츠를 재밌게 보고 있어요. 7/15/30 도전이라는 콘텐츠인데 7일 동안 야근 없이 살기, 15일 동안 튀김만 먹기 이런 프로그램이에요. 특히 최근에 본 야근 없이 살기는 청년들의 소원인 일과 삶의 균형을 재밌게 다뤄서 마음에 들어요.
조: 재밌는 것을 보면 몸과 입이 근질근질한 것 같아요. 전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송: 혼자 보는 것보다 같이 보고 함께 웃으면 좋잖아요.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 나눌 거리도 생기고요. 이왕 이야기할 것 재밌는 이야기 하면 좋죠.
조: 어딜 가나 “재미”를 담당했었는데… 미디어 눈 팀에는 진지한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없지는 않나요? 진지한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 비결은?
송: 진짜로 요즘 친구들이 저보고 재미 없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재미라는 게 타고나는 것도 있어요. 선천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바꾸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포기하고 제가 재미를 전담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일을 열심히 하시죠. 각자 잘하는 것을 하는 걸로...(하하)
조: 아침 8시마다 팟캐스트 진행도 했었잖아요? 청취자가 많지 않았는데도 꾸준히 아침 방송하는 것보고 대단하다 싶었어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니 어땠어요?
송: 스푼 라디오 어플로 생방송 팟캐스트를 5개월 정도 했어요. 고정 청취자가 7~10분 정도 됐어요. 많지는 않았지만 팬 카톡방도 있었어요. 제가 다녀왔던 여행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어요. “오늘은 스위스로 가볼까요?” 하면서 여행 이야기를 했는데, 한 청취자는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들으면 실제 여행 온 것처럼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팟캐스트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언제부턴가 유명 방송처럼 팬을 만들려고 실시간 소통 위주로 시간을 때웠어요. 잘 나가는 방송 보면 특별한 내용 없이 이야기 나누는데도 인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따라하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고정 청취자들마저 사라졌어요. 제 방송만의 매력이 없어진 거예요. 제가 해오던 여행 이야기를 꾸준히 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생각해보니 남들 하는 것 똑같이 하면 이미 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제 방송을 들을 필요가 없잖아요.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철저히 깨달았죠.
조: 송 에디터는 비디오, 오디오가 가능한데 글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쉽지 않나요? 나중에 글 말고 다른 것 해볼 계획도 있어요?
송: 다른 것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팟캐스트를 해보니 글이 정말 중요해요.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해도 대본이 있잖아요. 해보니까 준비한 것과 안 한 것 차이가 엄청나요. 물론 미리 준비해도 그대로 되지는 않아요. 만들면서 바뀌는 내용이 있어요. 그래도 준비했을 때 퀄리티의 차이를 보는 분들이 바로 아시더라고요. 글도 열심히 배워 영상, 오디오 콘텐츠를 더 재밌게 만들고 싶습니다.
조: 미디어 눈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송: 물론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주제들이죠. 그런데 거기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항상 슬플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즐거운 시절과 행복한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에디터가 되고 싶어요.
조: 대학교에서는 스칸디나이비아어를 전공하고 지금은 국제평화학 석사 과정을 하고 있어요. 둘 다 흔한 전공들은 아닌 것 같은데요?
송: 스웨덴어를 전공했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북유럽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잠 못 자며 입시 준비하는 것이 답답했어요. 쑥스럽지만 항상 상위권이었거든요. 전교 1등도 해봤어요. 그런데 되게 힘들었어요. 1점 떨어지는 것이 스트레스였거든요. 중학교 때 특목고 준비할 때는 새벽 4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했는데, 학교 가면 피곤하니까 자는 거예요.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왜 이 공부를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래서 교육 제도가 좋다는 북유럽을 배워서 교육 제도를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더 체계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책을 찾고 싶어서 석사 공부를 하게 됐고요.
조: 지금도 교육 제도를 바꾸고 싶은 거예요?
송: 방향이 약간 바뀌었어요. 전에는 직접 시스템을 바꾸고 싶었는데, 지금은 사람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 사람이 시스템을 바꾸잖아요. 그래서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가르치고도 싶었어요. 지금은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도 문제의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싶어 언론에서 일하고 싶어요.
조: 스웨덴 이주 문제를 논문으로 썼다고 들었어요. 그런 주제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송: 주변에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이 많았어요. 카투사 나와서 미군 친구들도 있었고, 북유럽 어를 전공하다 보니 선후배들이 외국 가서 살거나 외국인하고 결혼한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논문 주제를 찾는데 스웨덴이 이주민 수용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문제가 많더라고요. 스웨덴 같은 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다른 나라는 더 심각할 텐데 하면서 ‘뭐가 문제일까’ 연구를 했죠.
조: 스웨덴은 어떤 문제가 있던가요?
송: 스웨덴은 차별이라는 말을 두려워하는 나라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차별이 있죠. 이주민들은 임대아파트에 모 여사는데, 한 곳에 모이다 보니 그 지역이 게토화(ghetto+化, 빈민가로 전락) 되는 거예요. 경찰들도 차별을 하고요. 2013년에 후스비라는 지역에서 60대 포르투갈계 이주민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 사건이 평소 차별을 느끼던 이주 배경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짚였죠. 그 결과 이주 청년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고 도시에 차량을 불태운 소요사태가 일어났어요.
최근에는 이주민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극우 민주당이 제 3당까지 올라갔고요. 옆 나라 노르웨이에서도 브레이빅이라고 하는 극우 활동가가 이주민을 옹호하는 노르웨이 청년들을 못마땅해하며 청년 정치캠프에서 총기 테러를 저지른 적이 있어요. 북유럽에도 차별이 있고 이주민 문제가 큰 이슈라는 것이죠.
조: 잠깐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도 했었죠? 어떤 경험을 했나요?
송: 사회 이슈를 보드게임으로 제작해 교육시키는 ‘가치교육 컨설팅’에서 일했었어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을 교육하는 낯선 이의 투자라는 게임으로 교육을 다녔는데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이 어렵잖아요. 좋은 일이라도 제가 100% 올인할 만큼 마음이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힘들더라고요. 당장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는 일을 하며 느끼는 가치가 중요한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는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조: 그런 과정을 거치고 미디어 눈에서 일하게 됐어요. 우리가 회사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에서 고생했는데 또 비슷한 선택을 했네요.
송: 친구들이 저는 당연히 바로 취업할 줄 알았대요. 영업사원 잘할 것 같다고요. 남들은 어떻게 보는지 모르지만, 저는 대학원이나 미디어 눈 같이 남들이 안 가는 길에 관심이 가요. 아직 도전할 수 있을 때 새로운 길을 도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미디어 눈은 기성 언론이 못한 것을 하는 대안언론이잖아요. 저는 그런 대안을 찾는 일이 좋아요. 스칸디나비아어 전공도 한국 교육에 대안을 찾고 싶어서 전공했고요. 주류의 길은 이미 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저 말고도 할 사람이 많죠. 그런데 대안을 찾는 일은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다른 사람 다 할 수 있는 것 말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조: 미디어 눈에서 취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송: 청년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최근에 관심 갖는 것은 “청춘삘-딩”이라는 금천구청 청년지원사업이 있어요. 홈페이지에 소개가 이렇게 나와요. ‘노인들에게는 노인정이 있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있는데, 청년들이 갈 곳은 없다.’ 그래서 금천구청과 시민단체가 오래된 독서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청년 활동공간을 제공하는 거예요. 공간이 있으니까 청년들이 마음껏 요리도 하고, 영화제도 하고, 창업도 하는 거죠. 거기에 모인 청년들이 누구인지,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해요. 어떤 필요가 있고, 무슨 꿈을 꾸는지 듣고 싶어요. 그리고 청년들에 진짜 필요를 채워주는 정책과 사업들도 소개하고 싶고요.
조: 그런 것을 독자들이 궁금해할까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더 큰 이야기들을 취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송: 궁금해하지 않으면 궁금하게 만들어야죠. 눈의 비전이 ‘모든 목소리에 가치를’이잖아요. 청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잘 들리지 않는데, 그만큼 독자들이 관심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지게 만드려고 우리가 일하는 거잖아요? 청년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 좌절, 꿈, 그런 이야기 꼭 담고 싶어요. 그리고 금천구청처럼 모범적인 사례를 잘 알리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행할 수 있잖아요. 청년 지원에 더 필요한 부분을 알려서 정책 만드는 분들까지 들리게 해서 현실적인 변화가 생기게 하고 싶어요.
조: 이야기한 것처럼 청년 이슈가 심각한데, 송 에디터는 걱정 없어요? 재밌는 경험도 좋지만 보통 생각하는 성공의 길은 아니잖아요. 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기업 취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송: 고민은 됩니다. 취직하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 유지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죠. 그런데 제가 하는 일들이 재미로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치 있는 일이고 보람을 많이 느껴요. 아주 작지만 조금이라도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생각해요. 눈에서 하는 취재도 그렇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취업 걱정 당연히 있지만 지금은 이 길이 맞다는 마음의 소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조: 솔직히 KBS에서 뽑아준다. 미디어 눈과 KBS 어딥니까?
송: 둘 다 좋은 곳인데... 미디어 눈이죠... (울음)
조: 마음이 놓이네요. 송 에디터를 믿고 제가 KBS로 가겠습니다.
조: 미래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송: 보통 언론은 큰 문제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요즘 남북 평화 문제처럼요.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저는 모두의 관심이 한 군데 있을 때, 놓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한 작은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것이 미디어 눈에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중요한 이슈는 다른 곳에서도 다 하잖아요.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때, 누군가는 지금 뜨거운 이슈는 아니지만 다른 곳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주민, 장애인, 청년, 노인문제, 소수자들 등 사회 작은 목소리들이 그런 것 같아요. 독자분들에게도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뜨거운 이슈에 눈길이 가는 게 당연하지만 가끔은 다른 곳으로도 눈길을 주시면 좋겠어요. 미디어 눈이 취재하는 작은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보시며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재미”를 책임지는 송준호가 여러 분의 목소리를 들으러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인터뷰 조은총 에디터 l 사진 제공 송준호 에디터
"미디어 눈 사람들"은 미디어 눈을 만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연재다. 대안 미디어의 필요성을 느낀 청년들, NGO, 국제기구,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며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를 답답해하던 청년들. 미디어 눈을 시작하기까지의 경험들에 뉴스의 가치를 실어 전한다.
미디어 눈 홈페이지: http://medianoon.com
미디어 눈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edianoon
미디어 눈 카카오 플러스 친구: https://pf.kakao.com/_dadxmC
미디어 눈 카카오 같이가치 후원: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