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 #5 #'나'로서 온전하기
언젠가부터 막연하게 ‘성장’을 생각했다.
처음 성장에 대하여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다.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성장은 어른이 되면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법적인 나이가 스물이 넘어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 뭐든 다 컸다고 생각했었으니깐, 스물이 되기 전엔 성인이 되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장에 대해 이때부터 집착하게 된 것 같다. 대학교 때 내가 그리는 성장은 그저,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하는 활동을 나도 하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소위 스펙이 월등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하는 엇비슷한 봉사활동, 서포터스, 대외활동, 영어 공부 등 조금이라도 끄적거리는 것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땐 남들이 다하는 스펙을 쌓으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취업하여 회사라는 곳에 가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앞으로는 일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3개월을 가지 못했다. 당연한 거지만, 새로운 것을 익히기 위해서는 다시 공부하는 것이 필요했고, 돈을 받고 일하는 곳에서 “배운다.”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배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도 내가 어느 한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처음엔 일을 하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그저 일! 업무를 하는 것뿐’ 성장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또한, 그 무렵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성장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첫 직장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해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그 당시 회사는 추진력 있게 사업을 기획하지도, 시도하지도, 기본적인 사업의 내실화를 다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답답했다.
그리고 다시 ‘성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생각한 성장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회사라는 틀 안에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성장한다고 느끼지 못했고,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느꼈다. 이때는 조금 더 유연한 조직, 도전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조직,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고, 새로운 것을 멋지게 하는 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잘 정리되지 않지만, 이때 생각한 ‘성장’은 내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며, 속한 조직에서 멋지게 일을 하고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약 2년 정도의 짧은 첫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잠시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며, 다시 조직에서의 성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첫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보았던 면접과 경력이 생긴 이후 면접은 아주 달랐다. 업무적으로 내가 얼마만큼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하고, 하다 못해 말로라도 잘 꾸며내야 했다. (당연한 사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첫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잘 인식하지 못했었다.) 이러한 면접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내가 첫 직장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 첫 직장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던 업무가 새로운 직장에서는 별것 아니었으며, 전 직장에서는 시답지 않아 하던 사업을 새로운 직장은 좋아했다. 결국 내가 현 직장에서 열심히 해도 ‘여기를 나가게 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당장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이 성장이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며 한동안은 불안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한편으론 “꼭 성장해야 할까?”, “나는 왜 성장해야 하지?” 이전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오랜 고민 과정 속 내가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인 ‘옆에 있는 친구, 직장 동료들도 하니깐’,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내가 유능한 사람이면 좋겠어서’, ‘조금 더 좋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결국은 타인의 시선에 내가 더 잘난 사람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진짜 나의 것이 쌓이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성장은 그저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에 맞게 행동하는 것, 누군가를 의식해서 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가치를 믿어 보는 것, 설령 이러한 가치와 소신이 누군가와는 잘 맞지 않아도 내가 행동하는 것에 나는 또 배우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뻔한 이야기이나, ‘나’라는 사람이 곧게 서 있다면, 정량적으로 무언가를 쌓지 않아도, 흔히 말하는 좋은 스펙과 회사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맞는 성장을 하지 않을까?
이러한 나의 성장에 대한 의미는 언젠가 또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내가 생각한 성장을 믿어 보고 싶다.
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 #5 #성장
작가: 유진아
작가 소개: 그저 생각은 조금 더 유연해지고, 마음은 덜 차가워지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본 매거진은 청년들의 지식커뮤니티 눈랩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작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