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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영등 Dec 03. 2022

섭씨 99도 : 욱이의 고민상담 1


섭씨 99


 바람을 들이려 문을 여니 후끈한 바람이 도리어 땀을 낸다. 여름이다. 위층은 지붕 열기까지 더해 더 뜨거운데, 담타원 법사님께서는 더위를 온통 받아 다스리신다.


 ‘욱’이에게서 소식이 왔다. ‘욱’이는 나의 수원 작은 가게 점장 시절 수고를 나누던 청년이다. 고민을 털어놓을 때까지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전해지는 감정이 격하고 슬프다. 사람이 싫어져 일어난 분노의 불길에 데인 마음을 달래려, 매일 밤 독한 술을 들이킨지 반년이 흘렀다고 한다. 


 일터에서 동료들이 ‘욱’이의 작은 실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망신주기 일쑤고, 의도적으로 따돌리는 것은 물론, 대놓고 무시한다하니 그 속을 가히 짐작 할만하다. 이에 대한 ‘욱’이의 대응이란 게, 그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상상을 한다거나 폭음을 일삼는 것 뿐 이라니 내가 다 한숨이 나온다. 내 기억 속 ‘욱’이의 성격이나 행동거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변인들의 태도라 의아했다. 


 처음엔 “못된 꼬라지 봐주는 게 공부야. 마음에서 털어버려.”하며 가볍게 넘어가려 했는데, 이게 누구나 겪을 법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제법 흥미로운 주제라, 내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욱’이가 삶의 짐을 더는데 힘을 보태자는 마음을 냈다. 이로써 나와 ‘욱’이는 의기투합 하게 된다. ‘욱’이를 옥죄는 사람들의 특성을 알기는 어려운 만큼, ‘욱’이가 스스로 마음의 원리를 알고, 자기 마음 다루는 법을 알아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  


 네 가지를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첫째, 가능한 한 ‘욱’이의 마음을 거스르는 그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손자병법에 나오듯 여의치 않으면 일단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둘째, 더 이상 이 분노를 안고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라도 몸을 상하고, 중독되면 곱으로 일이 커진다. 셋째, 분노가 일어날 때 마다 그 횟수를 세어 기록한다. 넷째, 그 사람들을 죽이는 상상이 일어날 때, 그 분노의 감정과 살의를 글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여기서 세 번째와 네 번째를 ‘마음챙김 명상’ 또는 ‘유념공부有念工夫’라 한다.    


 우리는 눈, 귀, 코, 혀, 피부라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느끼게 되는데, 이 느낌에 자아ego가 얽히면서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을 비롯한 감정이 일어난다. ‘욱’이가 자기를 헐뜯는 소리를 듣고 분노하는 식이다. 마치 산소와 수소가 결합되어 물이 되듯 한 덩어리로 작용한다. 


 분노로 몸서리치던 사람이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어찌해야 할지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분노가 너냐?’며 되물으셨다고 한다. 그렇다. 감정이나 느낌은 강도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일시적으로 일어났다 사그러질 뿐이고 ‘나’는 아니다. 이렇게 파도처럼 너울대는 감정을 ‘나’로 여기고 휩쓸릴 때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그래서 분노에 휩싸여 고통 받는 ‘욱’이에게 분노를 떼어 놓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분노가 일어나는 횟수를 기록하고, 보복하는 상상을 글로 써보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을 대상화 하여 매순간 알아차리는 연습이다. 이는 전기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시키는 원리와 같다.   


 끓어 넘치기 직전까지 분노로 달아오른 ‘욱’이에게 네 가지 약속과 더불어 한 가지 실행 원칙 알려줬다. 바로 ‘오래오래 계속’이다. 그리고 일의 진전을 따라 다음단계에서 할 일도 알려주리라 했다. ‘욱’이의 숙제가 해결될 때까지 뉴욕과 한국을 넘나드는 무한도전은 지면을 통해 소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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