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 친구와 캘리포니아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딤섬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대뜸 중국인들이 참으로 시적이라고 하더군요. 딤섬의 뜻이 "내 마음을 건드리다"라고 합니다. 어디서 들었냐고 물으니 중국인 친구에게 들었다네요. 아, 이 친구가 동양에 대한 환상을 잃는 것은 안타깝지만, 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딤섬의 진짜 뜻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딤섬(點心)은 한자를 그대로 풀면 '점(點)'과 '마음(心)'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점'은 매우 작으니 '간단한 마음'이라고 번역됩니다. 아마 저 미국인 친구는 '점'을 동사로 해석해 '점을 찍다', 즉 '살짝 건드리다'는 의미로 이해한 듯합니다. 어감이 확 다르죠? '작은 마음'도 좋은 표현이지만, '마음을 살짝 건드리다'니 꽤나 낭만적으로 들립니다.
딤섬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남송(南宋) 시대 오증(吴曾)의 《능개재만록(能改斋漫录)·사시(事始)》에 따르면, “세속에서는 아침에 먹는 작은 음식을 점심(点心)이라고 부르며, 이는 당(唐) 시대부터 사용된 표현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래 수록 내용입니다.
당나라 때 정찬(郑傪)이 강회(江淮) 지방의 유후(留后)로 있을 당시, 그의 가족이 부인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동생을 보고 말하길, “아직 화장을 마치지 못해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너는 먼저 간단히 요기하여라(点心).”라고 하였습니다. (唐郑傪为江淮留后,家人备夫人晨馔,夫人顾其弟曰:“治妆未毕,我未及餐,尔且可点心。”)
여기서 "尔且可点心"라고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바쁜 가운데 동생에게 "너 먼저 요기해라"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낭만적으로 '마음을 전하는' 의미는 아니지요.
尔(尔) – 너는, 너
且可(且可) – 우선 ~해도 된다
点心(点心) – 간단히 요기하다, 간식을 먹다
그밖에도 많은 유래가 있는데, 대부분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후대에 와서는 이를 좀 더 낭만적으로 해석해 '작은 마음을 전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서양에서 '마음'과 '위장'을 서로 느슨하게 구별하며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위장과 심장은 가까운 위치에 있고, 배가 고프면 마음도 불안해지고, 마음이 불안하면 속이 쓰린 것처럼 느껴지는 등 혼용된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심장의 문제를 소화기 문제로 가볍게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는 이런 혼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Heart Burn은 심장병일까요? 위장병일까요?
Butterflies in the Stomach은 속이 난리가 났다는 말일까요? 가슴이 두근두근하다는 말일까요?
우선, '속 쓰림(Heartburn)'이라는 표현은 심장의 문제가 아니라 소화기(식도)의 문제입니다. 이 표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심장이 타는 듯하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위산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심장과 식도가 서로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두 기관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이를 혼동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심장마비를 겪은 여성들의 약 40%가 심장마비 직전에 속 쓰림과 유사한 증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https://www.ahajournals.org/doi/full/10.1161/01.CIR.0000097116.29625.7C)
또 다른 표현으로 '배 속에 나비가 난다(Butterflies in the Stomach)'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은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느끼는 감정을 묘사하는데, 마치 배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증상은 위장이 아니라 심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긴장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중국어에서 心窩(심와)는 '심장의 움푹 파인 곳'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위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吃得太飽,心窩發悶"는 "너무 많이 먹어서 속이 답답하다"는 뜻이지요.
중국 전통의학에서도 '사심탕(瀉心湯)'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사심(瀉心)이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는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가슴이나 상복부의 답답한 증상을 완화하는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은 위궤양이나 위염 치료에 자주 쓰이는 처방입니다. 즉, 심장과 위장을 구별하여 '심하(心下)'라는 용어도 사용하는데, 심장 아래이니 위장 부위를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딤섬의 '심(心)'도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실은 '위장'을 뜻합니다.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음식'이 아니라 '위장을 살짝 채우는 음식'이라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심장의 문제를 위장으로, 위장의 문제를 심장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건 위장이건 딤섬이 맛있다는 사실입니다.
마무리하기 전, 우리가 심장의 문제를 소화기 문제로 착각하면 큰일이니, 소화 장애와 심장마비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심장 통증의 특징
- 가슴 중앙에서 짓누르거나 압박하는 듯한 통증
- 등이거나 목, 턱, 어깨, 팔로 퍼지는 통증
- 심한 호흡곤란
- 몇 분 이상 지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나타남
위장 통증의 특징
- 위산 역류의 경우 통증이 목까지 퍼지지만 팔이나 어깨로는 퍼지지 않음
- 몸을 숙이거나 눕으면 통증이 심해짐
- 쓴맛이나 신맛이 목 뒤쪽에서 느껴질 수 있음
- 대개 기름진 음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