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MRI, 공명, 소나타, 소네트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소노’라고 부르는 검사는 원래 이름이 울트라사운드(ultrasound) 혹은 좀 더 정확히는 울트라소노그래피(ultrasonography)입니다. 이 단어를 풀어보면 앞부분의 ultra-는 ‘~을 넘어서’라는 뜻이고, -graphy는 ‘기록하다’는 의미이며, 어근인 sono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즉,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높은 주파수의 소리(초음파)를 이용해 몸속을 ‘그려내는’ 기술이 바로 ultrasonography인 셈입니다. 아이를 가지면 초음파사진을 보고 감동하지요? 그 초음파 사진을 울트라소노그램(ultrasonogram)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단어들의 가운데 sono-는 라틴어 sonus, 즉 ‘소리’라는 단어에서 온 형태소(morpheme)입니다.
‘소리’를 뜻하는 이 라틴어 어근에서 나온 말들 중에 문학의 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단어가 소네트(sonnet)입니다. 이 단어는 소리를 뜻하는 라틴어 sonus에서 이탈리아어 sonetto로 이어졌는데, ‘작은 노래’ 혹은 ‘짧은 시’라는 뜻을 지닙니다. 시의 한 형식으로서의 소네트는 총 14행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랑이나 인생, 철학처럼 깊은 주제를 짧지만 밀도 있게 담아냅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시인이 애용했던 형식이기도 하지요. 소리가 언어의 울림이 되어 형식미를 갖춘 예술로 변한 셈입니다.
이번에는 음악으로 가볼까요? 소나타(sonata)라는 단어도 역시 같은 어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라틴어 sonare, 즉 ‘소리를 내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해, 이탈리아어로는 sonata—‘연주되는 곡’이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소나타는 보통 3~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악곡 형식이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같은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자주 쓰입니다. 시가 언어의 소리라면, 소나타는 악기의 언어입니다.
혹시 지금 제 이야기가 여러분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만들고 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소리나 메시지를 들었을 때, 그 울림이 내 안에서도 같은 파장으로 되살아나는 현상을 공명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소리굽쇠가, 건드리지 않아도 같은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해 진동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영어로는 리소네이트(resonate)라고 하는데, 이 단어 역시 re- (다시)와 sonare (소리를 내다)라는 어근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누군가의 말이나 음악이 리소네이트(resonate)한다고 표현할 때는, 그 울림이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의 마지막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옵니다. MRI, 즉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은 자기장에 반응하는 우리 몸속 물분자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이미지로 그려낸 영상입니다. 여기서도 핵심은 역시 레소넌스(resonance), 즉 공명하다, 리소네이트(resonate의) 명사형입니다.
Ultrasonography에서 magnetic resonance image까지 왔네요.
중간에 거쳐 온 예쁜 단어들, 소넷 sonnet, 소나타 sonata까지 여러분 기억에 리소네이트 resonate도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