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멈춘 나에게
요즘 뭔가에 빠져서 열심히 보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가 있다. ‘하이웨이 투 헤븐’이라는 드라마인데, 80년대 미드로 한국에 방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분명히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튼 ‘초원의 집’ 주인공 아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뭔가 뭔가하다...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이 진부하다.
영상, 카메라, 스토리, 대사, 표정 모두 진부함의 극치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던 그 시절,
정의가 악당을 물리치던 그 시절,
끝에는 모두 웃는 그런 시절,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어딘가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최근엔 한 편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엔 너무나 조급해진 내가,
80~90년대 영화에 빠져 영화관을 강의실보다 더 드나들며 독특한 영화만 찾던 나인데,
이 드라마를 이틀 동안 시즌 1을 모두 보았다.
한 편 한 편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련하고,
내가 그렇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타란티노가 진부하다. 너무 많았잖아, 그런 영화들?
Mark Gordon: 이런, 어떻게든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Boy, I wish there was something we could do.
Jonathan Smith: 기도야, 바람이야?
Is that a wish or a prayer?
Mark Gordon: 뭔 차이가 있어?
Does it make a difference?
Jonathan Smith: 우리 대장에게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It might for The Boss.
수많은 대사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는데, 그중 하나가 위의 대사다.
그건 바람인가, 기도인가?
나는 언제 기도를 멈추었는가?
마치 진부한 영화처럼,
우리 부모님의 기도는 기복신앙으로 치부되었다.
세련된 신앙을 가진 우리들은 그런 기복적인 기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모든 기도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보며,
어린 시절의 그 유치찬란했던 신앙으로 잠시 돌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