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과 부정
벌써 2016년도 마지막 작별을 고했으며, 2017년이 이미 찾아와 내 삶 안에 들어왔습니다. 매년 12월 연말과 1월 연초는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 얼굴에도 주름살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주름살은 우리 몸에 자연스레 새겨지는 시간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흘러갑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강물과 같습니다. 과학에서는 엔트로피(entropie)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석탄을 한번 태우면, 다시 석탄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시간도 그렇게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런 시간의 흐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합니다.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 주름살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름살은 인체가 나이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이것을 없애고 나이 들었음을 부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인류가 발견한 방법이 보톡스와 필러라는 것입니다.
보톡스는 보툴리늄톡신이 인체 근육을 마비시키는 것에 착안하여 만든 제품입니다. 눈꺼풀 경련이나 사시와 같이 근육이 과도하게 떨리는 경우, 근육에 보툴리늄톡신을 주사하여 근육을 마비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던 과도한 떨림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보톡스를 이마 주름에 사용하면, 신기하게도 주사한 부분의 근육들이 마비되어 주름살이 없어진 것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수개월 동안은 주름이 보이지 않는 신기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필러는 주름이 있는 곳에 히알루론산, 콜라겐 등을 주사하여 일시적, 혹은 반영구적으로 피부를 팽팽하게 해 줍니다. 최근 박근혜 게이트 조사 과정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박근혜 얼굴 사진 등을 가지고 필러 시술 여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 년 전에 비해 젊어진 듯한 얼굴은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보톡스와 필러로 나이를 덜 먹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보톡스와 필러 같은 여러 의학적긴 시술들은 욕망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시간이 역행하는 것 같은 외모는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이미 그 시간들이 다 뒤로 가 버렸으니까요.
지금은 2016년 12월 끝자락입니다. 더 이상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보톡스나 필러를 주사해도 2015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돌아간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인류가 타임머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고, 연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겪은 시간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타임머신을 개발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간을 재깍재깍 흘러갑니다.
가끔 여배우들 중에 자신의 주름살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 내용의 인터뷰들을 보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많은 건 당연하다며 보이는 주름살에 대해 당당한 분들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세상, 한 살이라도 어려보이려고 노력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움과 당당함을 보여주는 여배우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주름살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동안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보이는 외모에 집착하여 어려보이는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이듦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릅니다. 적어도 그 시간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진짜 내 모습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매일 같이 필러, 보톡스와 같은 온갖 미용 시술이 청문회에 등장하는 요즘입니다. 청와대의 대통령부터 자신의 자연스런 외모를 부정하고 온갖 미용 시술로 시간을 역행하려고 하는 모습은 분명 아름답지 못합니다. 아니, 추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대 1970년대 유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갈 수 없는 것처럼, 미용 시술이 인간의 나이를 역행하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현재, 이 시대를 인정하고 현재 내가 어떻게 해야 당당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질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