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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사엄마 Dec 19. 2022

품절약 찾아 삼만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약들은... 

얼마 전, "테라마이신안연고"의 공급중단 소식을 접했다. 공급가 몇 백 원에 지나지 않는 "테라마이신안연고"는 눈 질환뿐 아니라 코 안쪽 점막을 비롯하여 다양한 질환에 사용하는 항생제 연고다. 싼 가격에 활용도도 높아서 개원가에서 처방도 제법 나오는 약이다. 


그런 약이 느닷없이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지 않아도 약 2년 전 약 18개월 정도 품절 기간이 있었던 품목이라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차에 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면 테라마이신 안연고는 한국 의료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품목이 될 것이다. 


싼 가격의 약들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


지금까지 그래 온 것 같다. 예전에 두경부암에 가성비 좋은 치료제인 "비아이씨앤유"라는 항암제가 국내에서 사라졌고, 소아들에게도 많이 처방되었던 항히스타민제 "푸라콩정"이 사라졌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듀파락이지시럽"은 원료 공급 및 다양한 이슈로 걸핏하면 자주 등장하는 품절약이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단가가 낮아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조제용 의약품 공급이 완전 엉망진창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의약품은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당장 유한양행의 페니라민정, 소론도정, 다이크로짇정이 공급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니까. 


당장 마그밀 등의 변비약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2022년 9월부터는 산화마그네슘, 수산화마그네슘 등의 변비와 마그네슘 공급에 사용되는 의약품들이 품절 대란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마그밀정 1000정 1통을 생산하면, 약 3~5천 원의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건강보험에서는 정해진 금액만 약가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진다고 하여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약회사는 의약품을 제조해서 판매해도, 손실이 나기 때문에 결국 생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것은 특히 1정에 100원 이하의 의약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물류비 상승과 항로, 항공 등의 운송경로의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의 원료 중 수입의약품 원료의 도입비용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국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의약품 생산단가는 치솟는 중이다. 


제약회사는 허가가 취소되어도 아쉬울 게 없다?



그런데 여전히 건강보험에서 정하는 단가로 출고해야 하는 처방용 의약품의 경우, 치솟는 생산단가를 반영하지 못한다.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산 거부가 당연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런 약들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사용해 왔고, 효과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입증이 되어 있고, 사용 증례가 많아서 더 이상의 연구 자료나 임상 자료가 업데이트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식약처에서는 이들 약에 대한 재평가자료(최근의 임상자료 등) 제시를 요구한다. 업데이트 자료가 없으면, 새로 임상을 해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의약품 허가 취소가 되어도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시적으로 정부에서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mg 서방정 품목에 대해 약가 인상을 단행했다. 물론 이것이 언제까지 고시가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생산단가의 보전을 위해 푸라콩정이 7원에서 10원으로 인상된 적도 있으나,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 의약품이 되어버렸음을 생각하면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지 않을까.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만든 약가 인하 제도나 의약품 재평가 제도로 인해, 오히려 싸고 괜찮은 약들이 의약품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현재 저가 의약품 시장에서는 약가인하 제도와 의약품 재평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제도는 독이 되어 날아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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