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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on Lee May 17. 2018

#9.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linical decision support, 우리말로 임상의사결정지원은 의료정보학의 꽃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의료정보학 블로그 1편을 보신 분은 Homer가 EMR을 만든 주 목적이 의료정보의 저장이 아닌 임상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기억하실 겁니다. 사실 그 아이디어의 이면에는 의사를 포함해 인간은 언제든지 실수를 저지르며, 의료분야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실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일수 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말나온김에 의료의 역사를 잠깐 얘기하자면, Brent James를 비롯해 많은 의사들이 말하길, 인류의 역사에서 의사가 살린 사람 수보다 죽인 사람 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잠깐만요 의사양반! 뭐라고요? 18세기 이전의 의학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처치들을 치료랍시고 했는데, 예를 들어 피를 무작정 뽑는다던가 (사혈) 소변이나 대변으로 상처를 씻거나 약으로 쓰는 등 아픈 사람을 걍 놔두기라도 하지 더 괴롭히다가 죽이곤 했습니다. 사실은 빨리 죽여서 고통을 일찍 덜어주려고 


그 전통은 현대에도 유구히 이어져서...


그나마 그 시절엔 뭘 몰라서 그랬으려니 하지만 현대에 와서도 인간의 실수에 의한 의료사고, 다시 말해 막을수 있었던 의료사고에 의한 사망수는 놀랄만한 수준입니다. 90년대 말에 행해진 두 차례의 대규모 조사 결과 미국에서 매년 4만명에서 많으면 10만명까지 의료사고에 의해 사망한다고 추산되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매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숫자보다 많습니다. 이쯤되면 아플때 병원을 그냥 안가는게 더 살 가능성이 높은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병원가지말고 피를 뽑읍시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 Institute of Medicine (IOM)은 1999년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312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만드는데 제목은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입니다. 제목에서 실수는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다라고 못박은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따라서 이 보고서에서는 환자 안전을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권고안들을 실었습니다. 이중에는 물론 컴퓨터와 IT를 (전자처방과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활용하는 권고안도 다음과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Increase understanding of the use of information technology to improve  patient safety (e.g., automated drug order or entry systems, reminder systems)



First, do no harm -> 일단 생사람부터 잡지 맙시다


IOM의 권고안은 컴퓨터와 인간이 여러모로 상반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둘을 잘 조합하면 의료사고를 줄일수 있다는 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창의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반면 실수가 많고 감정적 기복이 있으며 쉽게 피로해는 반면 컴퓨터는 지치지 않고 반복적인 작업이 가능하며 주어진 일에는 실수가 없습니다. 여담으로 순수한 컴퓨터와 인간이 누가 더 나은가의 대결은 컴퓨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떡밥입니다. 의료정보학에서는 이 논쟁을 아래와 같이 깔끔하게 정리해놨습니다.


Computer + Human > Human 

Computer + Human > Computer


즉 컴퓨터와 인간이 협동하면 앞서 언급한 대조되는 특성들을 서로 보완해주기때문에 컴퓨터든 인간이든 이깁니다. 그러니 컴퓨터와 인간이 누가 더 나은가 하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깔린 의료정보학 도구가 바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입니다. 이름 그 자체에서 보듯이 "임상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을 "지원"하는 컴퓨터 시스템이기에 인간이나 컴퓨터가 혼자서 의사결정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이 무엇인가에는 여러 원조 논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1970년대 스탠포드에서 개발한 MYCIN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MYCIN은 규칙 기반 전문가 시스템 (Rule based expert system)이라 불리웠습니다. 이 시스템은 Shortliffe라는 유명한 양반 (4th edition까지 나온 Biomedical informatics 교과서의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주제로 쓰였고 600개 정도의 규칙기반으로 Antibiotics를 권고하는 기능을 제공하였으나 대학원생이 개발한게 다 그렇듯이 실제로 임상에는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취업하고 딴데로 가버려서 MYCIN은 스탠드얼론 시스템이기에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입력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입력하면 시스템의 사용성이 떨어지며 적게 입력하면 CDS의 질이 떨어지는 Trade-off의 관계가 있습니다. 이 데이터 입력 문제는 지금처럼 인터넷과 클라우드가 보편화된 시기에도 EHR과 CDS의 장애물 중 하나이며 인공지능이 아직 임상에서의 효용성은 증명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입력데이터의 양과 질의 한계 때문입니다.


MYCIN의 책 표지 그림은 지금봐도 심오하기 짝이 없네요


EHR시스템이 이미 잘 구축되어 있고 충분한 데이터를 쌓아두었다면 그 위에서 동작하는 CDSS는 매우 궁합이 좋습니다. 몇가지 연구에 따르면 EHR시스템을 단독으로 활용하는 것는 그다지 퀄러티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느나 CDSS와 조합하면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CDSS의 종류 중에서 Medication CDS는 가장 널리 알려진 기능이며 Meaningful Use 프로젝트에서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조건 중의 하나이기도 할만큼 중요한 기능입니다. 종류로는 알러지, 중복 처방, 약물간 상호작용 등이 있습니다. Medication CDS는 작년부터 새삼스레 더욱 주목받았는데 그 배경은 미국에서 마약류 진통제 (Opioid)의 남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마약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길거리 마약에 의한 중독 문제가 아니라 의사의 과잉 처방(거기에 더해 느슨한 처방기준을 악용하는 약쟁이들)으로 인한 중독, 즉 의료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Medication CDS를 활용하여 중복처방을 줄이거나 방지하고자 하는 정보학 프로젝트들이 작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수 비율의 극적인 증가 (1999년 대 2014년, 출처: 가디언)


많은 경우 CDSS의 규칙(Rule set)들은 IF THEN ELS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규칙들을 제대로 만드려면 임상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로직을 프로그래밍하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Knolwdege engineer라는 폼나는 직군의 사람들이 주로 담당합니다. 대부분 Registered nurse나 Clinician 출신에 추가적으로 정보학을 공부한 경우가 많습니다.


Cerner 의 CDSS Rule 작성화면


CDSS 규칙들이 작성된 후에는 EHR시스템 내부의 룰 엔진에 탑재되어 호시탐탐 대기하고 있다가 조건에 맞는 환자정보가 들어오면 Interruption됩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Interruption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컴퓨터 화면에서 하던 일을 중지시키고 Alert dialog를 띄우는 것입니다. 생각만해도 짜증나죠 아래의 그림은 Alert dialog의 예시입니다. Provider는 각각의 Alert을 무시하고 넘어갈수도 있고 권고를 받아들여 기존의 오더를 수정하거나 취소할수도 있습니다.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Override라고 하는데 이 때 이유를 시스템에 입력하기도 합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실제로 Alert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Cerner EMR의 Medication CDS Alert 화면


CDS Alert이 유용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양날의 검과 같은 면도 있습니다. 일단 Alert이 너무 많이 터지면 갈길 바쁜 사용자 입장에서는 짜증스럽게 됩니다. 그나마 Alert이 의미있는 경우에는 입에 쓴 약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지만 별 의미없는 경우에는 계속 Override하게 되는데, 이 상황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CDS가 늑대가 왔다고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게 됩니다. 이를 Alert fatigue현상이라고 합니다. CDS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적은 Alert을 만들면 효용성이 줄어들고 너무 많이 만들면 Alert fatigue가 오기 때문에 이를 최적화하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계학에서 1종오류 2종오류 분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Alert이 Override되었다고 꼭 효과가 없다고 볼수도 없으며 사용자의 Alert에 대한 인지과 그에 따른 행동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풀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양인지 늑대인지


필자가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아래 스크린샷처럼 Medication CDS 데이터를 모니터링 및 분석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유효한 Overridden rate를 유지하면서 Rule firing수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용에 관심있거나 공동연구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Medication CDS Alert이 얼마나 Fire되고 Overridden되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한 대시보드 (4월 중순 부터 이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중요한 CDSS에도 여러가지 당면한 해결과제들이 남아있는데 CDSS의 핵심인 Rule의 개발, 유지, 관리, 개선에는 상당한 인력이 들어갑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임상도메인과 IT를 모두 아는 Knowledge engineer가 필요하며, Rule이 갱신되거나 Rule과 연동되어야 하는 EHR시스템의 데이터 포인트가 계속 바뀌면 이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큰 일입니다.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Alert이 이상하게 터지거나 너무 터지거나 아예 안터지는 경우가 생기고, 이것이 반복되면 Alert fatigue 또는 아예 CDS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한번 사용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냥 의사들을 짜르고 새로 뽑죠 뭐 결국 CDS는 상당히 비싼 기능이라는 건데, 이 돈을 들이는 것 만큼 Outcome의 개선효과가 있는가는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모델링, 유지보수의 문제는 도메인 지식 기반이 아닌 통계적 방법으로 접근하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DS Alert이 발생하는 조건을 일일이 특정값으로 정의하지 말고 "이 사용자의 Narcotic analgesics 처방 패턴이 지난 6개월간의 같은 Specialty의 의사들의 패턴과 다를 경우 Alert을 발생"하라는 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다르다"를 정의하는 것은 유의수준 등을 따졌을 때 통계적으로 얼마나 다른가라는 뜻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일일이 규칙을 정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더 좋은 점은 EMR에 저장된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규칙이 갱신된다는 점입니다. 즉 지난 6개월간의 오더 패턴이 무언가 바뀌었다면 그에 따라 규칙도 바뀌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 변화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며 바람직하지 않은 패턴, 일명 노이즈가 섞일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만약 충분히 많이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와 좋은 학습 알고리즘, 다시 말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있다면 언젠가는 인공지능 기반 CDSS가 현 시스템을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도메인 지식 기반 접근방식이 없어지지는 않을것이며 Knowledge engineer는 새로운 상위 수준의 지식을 개발하고 알고리즘을 적용 및 평가, 데이터의 모니터링 및 Auditing 등에 더 집중할수 있으리라 봅니다. Brent James는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 않았으나, 필자가 그의 생각을 빌려 말하자면 80%의 일상적인 CDSS Operation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하고 20%의 Innovation은 인간이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Institute of Medicine (US) Committee on Quality of Health Care in America; Kohn LT, Corrigan JM, Donaldson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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