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콘센트의 관계
전원 꽂을 콘센트가 보이자
생명의 빛줄기를 찾은 듯 했다.
성당
중1-2 교리실에 들어오자마자
콘센트부터 눈에 들어온 나는
생명의 빵은
모실 생각을 안하고,
노트북 전원 꽂을 콘센트만 반갑다.
노트북 전원 켜고, 인터넷 연결하고,
모바일 충전하고,
든든
8시 알람에 일어났다.
꿈자리는 뒤숭숭했고,
끓인 물 반/ 미지근한 물 반
섞어서
마셨다.
검은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마른 빨래들을 정리했다.
파마넥스 바닐라맛 쉐이크를 마셨고,
유스스팬3, 에스테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었다.
또릿또릿
갈바닉으로 림프를 풀려 했는데,
전원이 들어오질 않는다.
전원없이 문질문질하고,
샤워를 했다.
며칠 전 열두살짜리가
바디워시를 샤워볼에 묻히지 않고,
바로 몸에 바르고,
손으로 문질문질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오늘 또 그걸 따라했다.
괜찮은 방법같다.
스테레오 타입/ 규칙을 깨는 건 십대가 나은 듯
gray 히트텍 탑
black 히트텍 레깅스
Ivory 2017 winter UUU 니트
white 패딩 점퍼
Beige 2018 winter UUU 후리스 자켓
Check 패딩 스커트
-여기까지 모두 Uniqlo
버버리 Ivory Check 머플러
캐빈 클라인 Black 롱 부츠
싸매고
성당으로 갔다.
대림 2주
중2부터 고2까지 시험기간
초등부는 참회예절을 한다고 했다.
나 혼자인 중1-2 교리실
노트북을 켜고,
시험기간도 아닌
중1은 왜 안오냐고
카톡을 보냈다.
어제 봉사활동해서 힘들어서 못갔다고 답변이 왔다.
괜찮다.
푹쉬고 다음주에 보자고 했다.
하트 이모티콘도 보냈다.
생명의 빵보다
콘센트 전원이 더 반가운
교리교사 답다.
교회는 현대인들을 어디까지 관용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와 시각 중심 주의
그리고 SNS 나르시즘
성당과 콘센트의 모순 속에
담긴 나를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