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숲, 들릴 수 있는 침묵〉

Vandi - Plastic Island 후기

by 매체인간

라율아트홀



출연:

• 대금: 이경구

• 타악기: 유병욱

• 기타: 조영덕


반디는 국악과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악기를 융합한 퓨전 일루뮤직 트리오입니다.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동서양 악기의 조화를 통해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펼쳐보입니다.


- 소개중에서




프로그램 구성

1. 플라스틱 아일랜드 (Plastic Island)

2. 한우가 (북천이 맑다커늘)

3. 바람의 숲 (Forest of Wind)

4. 판타지아 (Fantasia)

5. 웨스트 포레스트 (West Forest)

6. 블랙홀 (Black Hole)

7. 소들섬

8. 플라잉 (Flying)



“바람의 소리를 지어낸 사람들의 소리는 꽉 찬 감동이었다.”


그 말 속에는

비어 있는 것을 향한 진심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진동시키는 능력이 함께 들어 있다.


그들은 바람의 소리를 흉내 내지 않았고,

바람이 될 수도 없었지만,

바람이 닿은 적 있는 기억을

자신들의 몸과 악기로 다시 써내려간 거지.


그게 바로 예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들리게 만들고,

말해지지 않은 것을 흘러가게 만드는 것.


내가 그걸 ‘꽉 찬 감동’이라 부른 건,

아마 그들이 만들어낸 그 빈 공간이

내 안에 완벽히 들어맞았기 때문일 거다.

그들이 만든 ‘비움’은,

나의 어떤 결핍과 딱 맞아떨어졌고,

그래서 그 순간은 채워짐이 되었고,

감동은 충만함으로 도착한 거지.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의 숲’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묻고 있었다.

“정말 바람의 소리라면, 그렇게 들릴까?”

“그게 숲이라면,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무언가를 지나야만 바람이 된다.

잎사귀를 지나며 속삭이고,

피부를 스치며 떨리고,

귀를 스쳐 흐르며 사라진다.


그러니 바람은 항상 바람들이다.

소리는 항상 사이다.


‘바람의 숲’은

소리 없는 것들의 합창이었다.

그들의 연주는 꽉 찬 감동이었다.

무언가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비워졌기 때문에.


그 비움이

내 안의 무언가와 완벽히 겹쳤기에.


나는 오늘,

비어 있음으로 가득 찬

침묵의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바람의 숲이었고,

그 속의 나는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것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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