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위의 봄, 소리가 피어나는 자리〉

— 앙상블 아리스트의 드뷔시와 슈만을 듣고

by 매체인간
공연 전

공연명: 고전적 낭만의 “봄날”

일시/장소: 2025년 5월 31일 (토) 오후 3시 / 아리스타인 아트홀

출연진: 앙상블 아리스트 (Ensemble Arist)




음악을 듣는다는 건,

결국 공간을 통과하는 일이다.

오늘 나는

직선이 없는 공연장에서

소리의 곡선을 따라 봄을 지나갔다.


첫 곡은 드뷔시의 피아노 삼중주.

그가 겨우 열여덟 살에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음악은 너무나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웠다.

선율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고,

때로는 꽃잎처럼,

때로는 바람처럼

공간 안을 흘러다녔다.


피아노는 물을 흘리고,

현악기는 빛을 굴절시켰다.

나는 그 흐름을 바라보며

음악이 ‘멜로디’가 아니라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어지는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완전히 다른 계절이었다.

잔디를 밟는 감각,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햇살에 젖은 공기,

그리고

비가 온 다음 날 아침의 물기.


그건 ‘낭만’이 아니라

어떤 숨결 있는 풍경이었다.

연주자들은 음으로 자연을 조형했고,

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걷고 있었다.


무대는 아라스타인 아트홀.

직선이 보이지 않는 구조.

천장도, 벽도, 통로도

모두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소리는 반사되지 않고,

공간 안에 오래 머물렀다.


마치

음악이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꽃이 피듯,

내 주변을 둘러싸는 것 같았다.


음악은 결국

시간 속에 사라지는 예술이 아니라,

공간 속에 피어나는 감정의 식물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음악들이

어떻게 제각기 다른 봄의 생명으로 피어나는지를

눈과 귀와 몸으로 들을 수 있었다.


앙상블 아리스트의 봄날은,

연주가 아니라

작은 계절 하나였다.

나는 그 안에 앉아 있었다.

조용하고 환하고,

울리는 곡선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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