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I CONCERT를 듣고
공연명: DIDI CONCERT – “Dream It, Do It!”
일시/장소: 2025년 5월 24일 (토) 오후 3시 / 대주아트 엔터뮤직2호점
연주자: 성유진(바이올린), 김우주(피아노)
1부
J.S.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중 Chaconne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D장조, Op. 12 No. 1
2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d단조, Op. 31 No. 2 ‘템페스트’
슈만: 환상곡 C장조 Op. 17
리버만: 가고일 Op. 29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을 때도
피아노를 썼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소리의 질감과 방향,
음정과 강약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소리가 공기 속에 남긴 진동의 기억을
몸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그 기억이 희미해질 때
손끝은 다시 건반 위를 더듬었을 것이다.
그의 악보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다시 들리게 만드는 지도였다.
•
연주자는
그 지도를 따라간다.
악보와 훈련,
해석과 기억으로
과거 유럽의 천재 작곡가들이 만든 감정과 이성의 세계를 다시 깨운다.
그것은 해석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면
과거의 시간은 다시 현재가 되고,
청중은 그 안에서
소리로 된 기도를 듣는다.
•
슈만의 판타지,
리버만의 가고일이 연주될 때
음은 멀고 아득하게 들렸다.
마치 관상 기도를 할 때처럼,
소리 없는 울림이
내 안의 침묵을 들썩이게 했다.
그러다 다시
고요해졌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음악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수행이라는 걸 느꼈다.
•
클래식은 기도다.
정확히 말하면,
관상 기도와 같다.
의식의 층을 내려가면서
한 음, 한 쉼표, 한 호흡을 따라
존재의 울림을 조율하는 일.
그리고 서양 철학과도 닮았다.
이성의 구조 안에서
감정의 자유를 탐색하는 일.
오늘의 연주는
그 두 가지 모두였다.
기도였고, 철학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소리와 침묵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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