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순간의 기술, 감정의 입구

감정은 때때로 입보다 먼저, 화면보다 먼저, 몸에서 발생한다.

by 매체인간

감정이란 이름은 너무 늦게 붙는다.

이미 한 번 느낀 후에야

우리는 그것을 ‘슬픔’이라 부르고,

한참을 반응한 뒤에야

그것이 ‘분노’였음을 안다.


이 늦음은,

인간의 숙명인가.


그러나 감정은 언제나 입구를 가지고 있다.

그 입구는 언어 이전의 공간,

화면 이전의 감각,

몸이라는 매체 위에 놓인 작은 변화다.


갑작스러운 어깨의 긴장,

가슴을 누르는 무게,

턱을 조여오는 무언의 수축.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도착하기 전의 기척이다.


마크 브래킷은 말한다.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이름 붙이고, 표현하고, 조절하라고.

이 다섯 단계(RULER)는

마치 하나의 정교한 기도문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허락이다.

나 자신에게,

이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디지털 매체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감정은 즉각적으로 표출되고,

분노는 댓글이 되며,

두려움은 무관심으로 위장된다.


그러나 기도는

그 생략을 멈추는 일이다.


기도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기도는 감정이 들어오는 순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 순간을 하느님 앞에 놓이듯

내 앞에 가져오는 일이다.


감정은

입력인가, 출력인가.


그 사이에

우리는 어떤 매체가 되는가.


입이 열리기 전,

화면이 반응하기 전,

몸이 떨릴 때.


그때가 바로

기도의 시작일 수 있다.


감정은 나를 지나간다.

그러나 기도는,

그 감정을 내 안에 머물게 한다.

잠시라도.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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