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때때로 입보다 먼저, 화면보다 먼저, 몸에서 발생한다.
감정이란 이름은 너무 늦게 붙는다.
이미 한 번 느낀 후에야
우리는 그것을 ‘슬픔’이라 부르고,
한참을 반응한 뒤에야
그것이 ‘분노’였음을 안다.
이 늦음은,
인간의 숙명인가.
•
그러나 감정은 언제나 입구를 가지고 있다.
그 입구는 언어 이전의 공간,
화면 이전의 감각,
몸이라는 매체 위에 놓인 작은 변화다.
갑작스러운 어깨의 긴장,
가슴을 누르는 무게,
턱을 조여오는 무언의 수축.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도착하기 전의 기척이다.
•
마크 브래킷은 말한다.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이름 붙이고, 표현하고, 조절하라고.
이 다섯 단계(RULER)는
마치 하나의 정교한 기도문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허락이다.
나 자신에게,
이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
디지털 매체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감정은 즉각적으로 표출되고,
분노는 댓글이 되며,
두려움은 무관심으로 위장된다.
그러나 기도는
그 생략을 멈추는 일이다.
기도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기도는 감정이 들어오는 순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 순간을 하느님 앞에 놓이듯
내 앞에 가져오는 일이다.
•
감정은
입력인가, 출력인가.
그 사이에
우리는 어떤 매체가 되는가.
입이 열리기 전,
화면이 반응하기 전,
몸이 떨릴 때.
그때가 바로
기도의 시작일 수 있다.
•
감정은 나를 지나간다.
그러나 기도는,
그 감정을 내 안에 머물게 한다.
잠시라도.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매체의기도
#감정의입구
#순간의기술
#감정지능
#몸의기도
#마크브래킷
#PermissionToFeel
#RULER모델
#감각의철학
#디지털감정
#메타인지
#느껴도괜찮아
#입력과출력
#현대인의기도
#감정의묵상
#감정과기도
#몸으로드는기도
#침묵의기술
#기도하는존재
#감정이들어오는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