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진지한 발레의 섬에서

움직임은 허락에서 태어난다

by 매체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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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는 늘 기다림이었다.

거울 앞에서 나를 정렬하며, 땀을 흘리며,

“배배— 등등— 힘힘—”

선생님의 짧은 단어들 속에

나는 조임과 긴장의 언어로 대답했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

멈추어 있는 시간 속에서

내 몸은 균형을 묻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이 말했다.

“그 정도면 됐어요. 이제 움직여보세요.”


순간,

나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움직여도 된다는 것,

움직임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중심을

내가 가졌다는 것.


성장은 보이지 않는 허락 속에서 시작된다.

늘 쪼이고 맞추기만 하던 내 몸에

이제는 유연한 자유가 흘렀다.


움직임은 기도의 다음 단계다.

멈춰 선 자세 안에 깃든 정성은

움직임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나는 이제,

조금씩 진지한 발레의 섬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 섬은,

내가 오래도록 기도해온 몸의 중심이

반응하기 시작한 곳이었다.


움직임은 나를 허락하는 일이다.

수없이 멈춰 서서 중심을 세운 끝에야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 자격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질서가 나에게 허락해주는 것.

나는 오늘, 그 질서를 잠시 빌려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기도는 그렇게, 자세의 반복 끝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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