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중심은 비어 있는 곳에서 솟는다

“비워야만 중심이 솟는다. 그 자리는 근육이 아니라 의식이 지키는 곳이다

by 매체인간

무릎부터 시작된 힘은 허벅지 뒤를 따라 올라가 나선처럼 등줄기와 복부에 닿는다. 이 연결은 단지 움직임의 통로가 아니라, 지면과 나 사이를 잇는 감각의 경로다. 나는 발끝에서 중심을 세우기 위해 무릎에 힘을 걸고, 복부를 조이고, 등줄기를 세운다. 그러면서 다리 사이의 ‘빈’ 공간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 비어 있는 자리는 어느 순간, 스스로 솟는다.


발레는 늘 위를 향하는 춤이지만, 그 위로 솟는 움직임은 발끝으로부터 시작된다. 땅을 밀어내야 공중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밀어냄은 밀도가 높아질수록 더 가볍게 중력에서 벗어난다. 그것은 무겁게 짓누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가벼움, 깃털 같은 솟음이다.


“힘은 다리 사이에서 올라와야 해요.” 그 말은 물리적 힘이라기보다는 의식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가리킨다. 단단하게 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비워두어야 한다. 그 비움이 있어야 채워지는 힘, 솟는 에너지가 생긴다.


중심은 겉으로 보이는 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간 속의 감각에서 솟는다. 그 감각은 기도와 닮았다. 집중하고, 비우고, 응시하고, 응답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나는 나의 중심이 어디인지 다시 묻는다.


무대가 없어도 좋다. 거울 속에 내 중심이 비치지 않아도 괜찮다. 다리 사이의 빈 공간이 말해준다. 지금, 여기서, 비어 있는 이곳에서 나의 기도가 솟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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