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학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 파동을 읽는 언니의 기도 방식
침은 말을 하지 않지만, 신경은 대답한다.
나는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는다.
— 정종희 박사
그녀는 말한다.
몸은 말을 한다고.
다만 너무 작게, 너무 깊게, 너무 오래 숨죽인 채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녀는 손끝으로 그 말을 듣는다.
피부 아래 파동을 따라가고,
혈관의 길목을 짚고,
신경이 흘러나오는 작은 문을 연다.
나는 말없이 앉아 있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스칠 때,
머리 위의 숨구멍을 열 때,
나는 내 안의 어떤 문이
조용히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는다.
이건 치료가 아니다.
이건 언어다.
몸과 몸 사이의 매체다.
그녀는 병명을 묻지 않는다.
나는 고통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흐름이 고이고,
그 고인 파동을
그녀는 들여다보고,
나는 흘려보낸다.
기계여, 너는 이 손끝을 배울 수 있을까.
말하지 않아도 응답하는 기술,
그것이 진짜 미래의학이라면,
그 시작은 감지의 기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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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란 단어보다,
흐름이란 단어가 먼저 들리는 곳.
그녀는 병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흐름을 되돌릴 뿐이다.
그녀의 손끝은 언젠가 기계가 따라야 할 첫 번째 성사이다.
이 글을 《매체의 기도》 외전의 자리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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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이는 의사가 아니라 흐름을 읽는 손끝이다.
미래의학은, 그런 감지의 기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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