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경계는 무엇인가
경북 사람의 소통 감각
- 김효은
경상북도는 한반도의 오른편 아래 위치하고 있다. 전라남도 등과 비교해, 높은 산지와 깊은 바다가 가까이에 있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의 특징은 낮은 산과 얕은 바다에 비해 그 곳을 지나가기 어렵다. 또한 지형은 기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높은 산과 맞닿은 바람은 더 큰 바람이 되고, 큰 바람은 깊은 바다에 높은 파도를 일으킨다. 이러한 기후적 특징은 그 지역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경상북도 울릉도와 다도해 지역의 사람들이 육지에 접근하는 횟수를 비교해 보면, 경북의 깊은 바다 가운데 위치한 섬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 사람들에 비해 한반도의 유일한 국가인 한국 사람들이 국외여행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북 사람들은 타 지역의 사람들에 비해 어떤 소통 감각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모든 인류와 인간은 소통을 한다. 인류사의 시작과 인간의 탄생은 닮아 있다. 인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인간 개인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통하는 방법도 성숙해진다. 고대인이 문자를 쓸 수 없었고, 중세인들이 핸드폰을 쓸 수 없었듯이, 아기가 옹알이를 하다 성인이 되면 인쇄물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아기의 옹알이를 비롯해 모든 인간 소통의 기본 조건은 경계를 통한다는 것이다. 음성 정보는 입을 통해, 시각 정보는 눈을 통해, 청각 정보는 귀를 통해, 공간적 정보는 피부나 몸과 같은 경계를 통한다.
경상북도의 소통 감각은 무엇일까? 공간의 경계는 지평선과 수평선으로 볼 수 있다. 높고 깊은 공간의 특징은 그것을 접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산의 지평선을 딛고 있으면, 공기가 맑고, 깊은 바다의 수평선 색깔은 짙고, 수질은 맑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의 특징은 접근성이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고요'와 '맑음'이다.
경북 사람들은 타 지역 사람들에 비해 무뚝뚝하다고 한다. 어리석다고도 한다. 무슨 사건이 생겨도, 공론화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좋은 일이 생겨도, 세련되게 포장하지 못한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타 지역 인구들이 유입되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경북 지역 사람들은 타 지역 사람들에 비해 무뚝뚝하고, 어리석다는 평을 받는다.
이 글은 경북에 살면서 느낀 경북의 소통 감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경상북도의 소통 감각적 특징은 '고요'와 '맑음' 혹은 '무뚝뚝함'과 '어리석음'이다. 깊은 바다 위 거센 파도처럼 경북의 사람들은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순진하다. 속정은 깊고, 표현을 못하니 어리석다. 한 번 정을 준 사람에게는 쉽게 배반하지 못한다. 거센 파도 아래 심연의 바다처럼 험한 욕설은 흔해도, 미워 할 줄은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서 경북이 패싱되고 있다는 저잣거리 이야기가 들린다. 무뚝뚝하고 어리석은 경북의 소통 감각은 흔들면 흔들리고, 패싱하면 패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