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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Nov 14. 2024

공정의 문을 때려 부셔라

오늘은 수능일입니다. 

새벽부터 들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수험생들의 마음은 분주해지고 부모들은 애틋한 기도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오늘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써온 모든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걸어온 긴 여정을 떠올립니다. 

그 길은 때로는 피곤함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했을 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견뎌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늘을 향해 다가온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와 존경이 우러나옵니다.





수능이 다가오면 교회마다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 제목이 넘쳐납니다. 

‘하나님, 누구누구에게 좋은 성적을 주셔서 더 나은 대학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혹은 ‘누구누구가 합격하여 큰 일꾼이 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들입니다. 

당연히 자녀가 최선을 다한 노력 이상의 축복을 얻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도에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능력보다 노력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는 기복적인 바람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뿐 아니라 교회를 섬기는 대부분의 크리스찬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로서 딸의 시험을 위해 기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가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거두게 해 주세요.'
떨지 않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제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차고 넘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도는 단순하지만 깊은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큼의 결과를 얻으며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모스 선지자를 통해서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정의와 공의가 모든 곳에 스며들기를 바라십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교회가 먼저 능력과 노력만큼 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더 큰 것을 바란다는 것은 결국 원래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자리를 하나님의 능력과 권능으로 뺏어 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벌써부터 하나님 빽을 쓰는 좋지 않은 모습에 물들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기도의 자리에서조차 하나님의 공의를 존중하며 아이들이 성실하게 뿌린 씨앗의 열매를 기대하도록 가르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은 단순히 높은 점수를 넘어 삶의 깊은 가치와 공정함을 배웁니다.





오늘 아침 시험장을 향해 긴장된 발걸음을 내딛는 수험생들의 뒷모습에는 부모의 눈물 어린 기도와 따스한 바람의 속삭임이 얹혀 있습니다. 

그들이 받은 응원과 지지가 오늘 그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시험지의 글자들이 뿌옇게 보일 때마다 용기를 내게 하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순간을 통해 느끼는 작은 기쁨과 안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공정함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 삶의 중요한 기둥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교회에서는 이 세상과 달리 정의롭고 공정한 기준이 자리 잡기를, 그리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공의의 물줄기처럼 맑고 강하게 자라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시험을 치르는 모든 아이들이 노력의 결실을 마주할 때 그 경험이 그들 삶의 한 페이지에 정의와 공정의 의미를 새기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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