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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Good Grief'

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선정

by 참지않긔

슬픔을 탐구하는 이야기는 인간적이고도 보편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의 삶에 스며드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에서는 종종 가볍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Dan Levy의 Good Grief는 이러한 보편적 경험에 깊이 뛰어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아름다움과 야심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마치 마음을 울리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진심 어린 편지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Good Grief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입니다.
영화는 관객을 파리와 런던의 거리로 데려가며 이 두 도시를 거의 독립적인 캐릭터처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Marc가 갤러리를 거닐며 상념에 잠기거나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희망을 비추는 순간 등 슬픔의 조용한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에는 시적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우아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Marc의 슬픔에 진정으로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의 고통은 마치 만질 수 없는 유리 너머에 있는 듯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삶이 너무 특권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디자이너 슈트, 광활한 주택, 숨 막히는 파리 아파트가 그 배경을 이루며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슬픔은 보편적인데 반해 이러한 환경은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상실뿐만 아니라 우정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Marc와 Sophie, Thomas의 관계는 감정적 중심축이 될 수 있었지만 종종 불안정하게 느껴졌습니다. Sophie의 혼란스러운 에너지는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보였지만 때로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과장된 캐릭터처럼 보이더군요.
반면 Thomas는 조용한 슬픔을 지닌 인물로 특히 관람차 장면에서 “항상 나만 아니야(It’s never me)”라고 고백하는 순간은 뼈아프게 진실되게 느껴졌습니다.


이 대사는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영화가 드디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우정의 복잡한 역학을 진솔하게 보여준 순간이었거든요.
그런 순간이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요—날것 그대로의 진정한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들 말입니다.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결말부에서 Marc의 그림이 공개되는 순간입니다.
각각의 캔버스는 가장 어두운 시기에 그를 지탱해 준 사람들에 대한 헌사입니다.
카메라가 그의 작품을 천천히 비출 때 마침내 Marc의 감사와 사랑 그리고 남아 있는 슬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고통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Good Grief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습니다.
상실의 깊은 구렁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치유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방식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영화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지나치게 심오해 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사들은 인용구처럼 들리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공허하게 다가왔습니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보다는 지나치게 다듬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거죠.

보통 좋은 영화는 관객이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제가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감동받고 싶었고 영화가 슬픔의 복잡함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멀리서 아름답지만 거리감 있는 무언가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Good Grief는 데뷔작으로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주제를 신중하게 다루며 비록 그 과정에서 실수를 했더라도 가치 있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던 만큼 깊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상실에 대한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슬픔은 결코 깨끗하거나 정돈되지 않으며 예측 가능한 흐름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교훈은 그것일 것입니다.
Marc의 그림들처럼 완벽함이 아니라 무게를 견디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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