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홍해를 가른 게 첫 번째 불가사의였다면 그 다음은 한화가 아직도 야구단이라는 사실이다.
어제 여왕의 라스트댄스를 본 뒤 한화의 경기를 보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라기보단 무대에 가까웠다.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가 혼재한 무대.
그 무대의 주제는 단 하나. "이래도 야구 볼래?"
한화의 수비는 마치 3D 안경 없이 보는 3D 영화 같았다.
공은 저기로 갔는데 글러브는 왜 여기 있죠?
상대 팀은 히트앤런도, 번트도 필요 없이 그냥 공만 던지면 점수가 나더라.
너무나 친절한 야구, 너무나 열린 수비.
심지어 볼넷을 줄 땐 사탕 주듯 준다.
"아이고, 고생 많았어요~ 1루 가세요."
한화의 타율? 팀 전체가 거대한 오그레디라는 말에 커피 뿜을 뻔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그렇다.
누구 하나 앞서서 이끄는 타자가 없고, 다 같이 "안타를 안 치는 플레이"를 철학처럼 공유한다.
마치 "우리 팀에선 2할 5푼이면 강타자!"라는 유서 깊은 전통이 있는 듯하다.
베테랑? 그들은 지금 팀의 짐이다.
이름값은 높지만, 성적은 바닥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줄 생각은 없고, 팀의 젊음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노시환이 살아나는 게 유일한 희망인데, 3루타만 쳤으면 자전거 탄다며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수준이다.
팀 전체가 매일 자전거 바퀴 두 개 중 하나만 끼워진 채 경기장에 나오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팬들이 화가 나야 할 것 같은데, 이게 또 이상하다.
'화나'가 나야 하는데 '화나'지도 않는다.
처음엔 '화나', 그 다음엔 '한숨', 이제는 '하하'.
한화 팬이란 결국 참선의 길이고, 열반에 이른 자들만이 끝까지 남아 박수를 친다.
더 신기한 건, 이런 팀인데도 팬들은 많고, 충성도도 높고, 구단은 돈을 아주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팬과 소통도 나쁘지 않다.
마치 연애는 안 하는데 연애 상담은 엄청 잘해주는 친구 같은 느낌.
"우린 안 되지만 너희는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프로야구계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팀이다.
물론 프런트는 별개다.
그들은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자기 세상에서 논다.
선수 보는 눈은 안경 끼고도 실눈 뜬 정도고, 인맥으로 포진된 내부 인사들은 한화라는 밭에 아무 씨도 뿌리지 않고 거름만 퍼붓는다.
결국 열리는 건 ‘웃음’과 ‘탄식’뿐이다.
코치?
타격코치가 손만 대면 팀 타율이 얼어붙는 전설이 있다.
야구방망이보다 요술지팡이를 들어야 해결될 듯하다.
그에 반해 응원은 ‘최강한화’.
이쯤 되면 개그다.
15:0으로 지고 있는데 ‘최강한화’를 외치는 팬들.
이런 팀이라면 선수들도 "우린 이렇게 해도 되나 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화는 매년 새로운 유망주를 등장시킨다.
그러나 그 유망주는 마치 마법의 저주라도 받은 듯, 한화에 오면 급격히 성장이 멈춘다.
"이상하네, 여기선 왜 이러지?" 하는 사이, 2군행.
이런 미스터리가 벌어지는 곳이 바로 대전 야구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경기엔 또 기대한다.
"이번엔 다를 거야"라며 TV를 켠다.
그러고는 1회 초부터 실책 두 개가 터지고 우리는 또다시 탄식한다.
이쯤 되면, 한화는 야구팀이 아니다.
철학이다. 종교다. 예술이다.
야구로 웃고, 야구로 울고, 결국 야구로 마음을 비우게 만드는 신비로운 존재.
그 이름도 찬란한 불가사의, 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