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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리뷰

by 참지않긔


어느 하루의 끝자락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나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매일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안심이 되는 삶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은 자주 잊히곤 한다.

그렇게 바쁜 하루들이 쌓이고

문득 삶이 허전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조용히 도서관으로 향한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걷던 중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표지가 단정했고 제목은 이상하리만치 솔직했다.

그날 나는 그 책과 조용한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장 하나하나가 내 안의 오래된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조용한 울림이 있었다.

크게 소리치지도 않고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 장, 또 한 장 넘기게 만드는 문장들.





책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당신은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했습니까?”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 앞에서 오래 멈췄다.

나는 늘 나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쉽게 손을 놓고

해야 할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은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책망했고

한없이 작아지곤 했다.


그런데 책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말없이 곁에 머물며

내가 외면했던 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그 문장은 단순했지만 낯설도록 다정했다.

사랑하라는 말보다도

먼저 받아들이라는 말이

지금의 나에게 더 깊게 닿았다.





나는 그날 책을 덮고도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도서관 창밖으로 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그 풍경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내 마음에 말을 걸었다.

괜찮다.

지금의 나도 충분하다.

그동안 참 잘 버텨왔다.


삶이란 늘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한다고 믿어왔지만

책은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멈추는 것도, 돌아보는 것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조차

모두 살아가는 일이라고.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느슨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조금 덜 다그치고

조금 더 기다려주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하루를 채운다.





도서관에서 무심코 꺼낸 책 한 권이

그날의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서라고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남보다 느릴 수 있지만

그 느림 속에서

자신을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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