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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의 고인물 시즌1을 마치며

나는 왜 자꾸 마시고 또 마시고 끄적이는가

by 미듐레어
마. 침. 내.

지난 5월 지인이 일본 가면서 물어본 '뭐 사가면 좋을만한 거 없나요?'에서 시작된 루피시아 보부상 행낭을 탈탈 털었다. 그 와중에 포트넘 차도 세 통이나 구매했고 위타드의 과일 인퓨전도 구매했다. 석 달 동안 가열차게 차를 마셨고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아이스티도 참 많이 마셨다. 8월이 끝나가는 지금, 이제 슬슬 가을차로 넘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적절한 시기란 생각이 들어 시즌1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였다. 본래 사용하던 블로그를 보니 약 20년 동안 꼴랑 10개 남짓 시음기를 써놨더라. 보부상을 해주신 지인을 비롯하여 몇 명에게 시음기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러자고 본진을 공개하기가 너무 쑥스러웠다. 좀 더 조용하게 시음기만 올릴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때 떠오른 게 브런치였다.


미디엄이라는 SNS가 있다. 사실상 브런치의 원조라고 여겨지는 블로그형 SNS랄까. 머릿속에 미디엄이 박혀있었어서 브런치 가입을 한다는 게 미디엄을 계속 들어가서 이게 아닌데 이런 거 아닌데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 브런치였지' 하고 브런치 가입을 겨우 진행하고 있었는데 카카오 아이디를 통해 너무도 순식간에 아이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주한 작가명을 입력하라는 문구. 머릿속엔 계속 미디엄이 남아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미디엄이라고 적었다가 별생각 없이 미듐레어로 바꿨다. 브런치가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블로그나 하나 열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런 작가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미듐레어로 살게 된 지 한 달이다.


본진에서 공유하려던 시음기를 긁어다가 붙이고 저장을 눌렀는데 발행하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무려 작가등록이라는 걸 해야 발행을 해준다길래 대충 몇 글자 적어서 제출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받은 메세지는 '심사에는 약 3~5일이 소요됩니다.'라는 소식. 심사? 심사???? 뭘 심사?????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알아보니 브런치 작가라는 거 꽤 어려운 거구나 하고 현실을 파악했다. 부랴부랴 신청서를 수정하고 본진의 주소도 입력했다. 그냥 티스토리나 만들걸 그랬나 싶다가 그건 이미 10여 년 전에 만들어서 비공개처리 하지 않았던가 싶기도 하고 청소 새로 하는 것도 일이어서 쫄리는 마음으로 브런치 심사를 기다렸다.


심사는 반나절만에 결과가 나왔다. 아마도 본진의 힘이었겠지. 25년 동안 헛소리 아카이빙 해두는 사람이 어딨나요. 여깄지. 그렇게 무사히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 많은 사람들이 봐주거나 유명한 글이 되길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브런치 특유의 진지함 때문에 대부분의 시음기는 새로 쓰듯 퇴고했고 몇몇 글은 거의 처음부터 다시 썼다. 시즌1의 시음기 절반은 새로운 글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글을 쓰는 내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써 내려갔다. 제일 후회스러웠던 건 되도않게 추천곡을 붙이기 시작한 것. 이것도 시즌2부터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음악은 혼자 들어도 충분할 듯.


적당히 시즌 구분을 할 수 있게 메거진 기능을 알려준 맹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메거진이라는 분류가 없었더라면 이런 이야기들은 하지도 못한 채 답답하게 시음기만 적을 뻔했다. 가끔은 이런저런 사연도 같이 적어 둘 필요가 있는데.




오랜만에 홍차라는 친구를 만나 다시 열정적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뜨거운 여름,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다음 차를 준비해야겠다.











시즌2. 예고편

고객님의 행낭이 리필되었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다섯 개의 여름한정이 남아있사옵니다.


두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