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6528. 나라 츠키가세 신차 2025
마찬가지로 여름의 온라인 그랑마르쉐 시즌에 일본차 할인에 힘입어 구매한 센차류.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하나씩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마침 양도 넉넉해서 러키비키. 츠키가세는 오사카 근교 여행지로 유명한 나라현에 있는 장소로 초봄에 매화숲 투어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차는 그냥 나라현에서 나는 일본녹차라는 거지. 생각해 보면 나라현은 시즈오카와 교토 사이에 자리 잡은 지역으로 과연 어떤 느낌의 맛이 날지가 사뭇 궁금했다. 50g 봉입에 1500엔이 상시 가격으로 할인기간이라 1350엔에 구매했고 상미기한은 1년이다.
어쩌면 오사카나 나라등지의 마트에서 쉽게 구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지역 센차. 홈페이지에 의하면 농림수산대신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이노쿠라 미쓰히로상의 다원에서 만들어진 차라고 한다. 이런 지역 차농의 차들이 어디 상 받으면 패키지 예쁘게 뽑아서 동네 마트에 턱턱 저렴한 가격으로 풀려있고 한 게 일본의 마트 차들이라서 일본 마트에 가면 차 코너를 그냥 지나가질 못하는 거다. 마트에서 샀으면 동일 가격에 80g 이상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다원의 가장 높은 해발에서 만들어진 차들을 선별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더 차품이 좋은 상태이겠거니 하고 생각해 본다.
와키미즈데 세이차시타, 마루미노 아루 아마쿠 죠우시츠나 후우미. 나라노 야마오쿠데 탄세이코메테 츠쿠라레타 신차데스.
용천수로 제다한, 부드럽고 단맛이 감도는 상급 같은 풍미. 나라의 깊은 산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신차입니다.
부드럽고 단맛이 감돈다고 하는 걸로 봐선 시즈오카 느낌에 더 가까운 차가 아닐까 싶다. 교토라고 다 교쿠로만 만드는 건 아닐 텐데 암튼 교토 쪽은 뭔가 우마미가 더 강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용천수로 제다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인에게 용천수하면 제주 삼다수 아닌가? 지금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삼다수를 최고 인기 찻물로 치는데 증제녹차인 센차를 증제할 때 삼다수 같은 용천수로 쪄낸다는 이야기. 맑은 물로 제다 한다는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도 종종 본 것 같아서 일본에선 맑은 물로 제다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구나 종종 생각한다.
봉투를 열어보면 센베과자 같은 센차향이 나고 굉장히 하이톤의 비닐수지 향 같은 것도 좀 나는데 은박포장과 관계없이 센차류에서 종종 나곤 하던 그 냄새가 맞긴 하다. 의외로 달달한 향이나 우마미 짙을 것 같은 인상이 강한 향은 잘 나지 않는다. 향이 안으로 숨는 느낌. 건엽을 덜어내 보면 꽤나 빤딱거리는 길쭉한 찻잎들이 말려있다. 정직하게 똘똘 말린 느낌보단 뭉쳐서 말려진 듯한 느낌이다. 말아낼 때 한 방향으로 밀면서 말아내느냐 양쪽으로 비벼가며 말아내느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건엽의 단단함이 증제를 강하게 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3g의 찻잎을 예열한 다구에 넣고 70도의 물 100ml에서 2분 우려낸다. 시즈오카류의 은은한 단맛을 기대하게 하는 향이 찻물을 따라낼 때부터 난다. 어쩌면 조금 더 짙을 수도. 시즈오카류의 어떤 상쾌하면서 은은한 단맛은 품종에서 기인하는지 지역에서 기인하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예평 시음회에서 만났던 시즈오카 마스이엔 사장님의 이야기론 그런 것보다도 그냥 고도차이라고 심플하게 답하셨는데 대충 생각해 봐도 교토보다는 나라의 고도가 높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렇구나 그럼 시즈오카에 더 가깝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시즈오카류의 센차들이 아사무시 스타일로 우리고 나서 가루가 그닥 생기지 않았던 반면에 츠키가세는 촘촘한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미분이 꽤나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후카무시처럼 뭉게구름이 생기는 건 아니고 거름망으로 어지간히 걸러지는 사이즈. 홍차류에 사용하는 스트레이너를 쓰기엔 조금 그렇다는 정도이다. 실제 마셔보면 은은 달달한 일본녹차의 영역에서는 청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맛이 난다. 곡물향은 극도로 적은 편이고 빻은 풀 같은 일본녹차의 뻣뻣한 맛과 향도 꽤 있는 편이다. 미끈한 우마미 계열까진 아닌데 그래도 꽤나 우마미가 있는 편이라 물질감이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쨍하다기보다는 포근한 느낌에 가까운 것도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온화한 느낌의 차로 이렇다 할 신기한 포인트는 없지만 일반적인 센차에 비해 샤하면서 빵한 부분이 있다. 싱그러운 풀향과 빵빵한 물질감.
나라의 어느 매화숲 속 작은 샘물 근처에 차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었는데 그걸 한잎 두잎 따다가 정성스레 찌고 말려 깨끗한 정기를 모으고 모아 담아냈다는 동화도 아닌 뭐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 나라 츠키가제. 달빛이 여울져 흐른다는 지명처럼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를 것 같은 이미지인데 교쿠로 같은 차광한 차는 아니지만 워낙 깨끗한 물에 차분히 우려내어 우마미가 함께 우러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다양한 센차가 있겠지만 꽤나 재미있고 그림 같은 차를 마셨구나 싶다. 맑은 샘과 달여울이 흐르는 나라 츠키가세,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