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의 눈송이 같은 차분함

루피시아 5411. 디카페인 화이트 라벤더 & 민트

by 미듐레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개된 루피시아의 새로운 디카페인 홍차 화이트 라벤더 & 민트. 최근 디카페인 라인업에 힘을 쏟고 있는 루피시아에서 크리스마스를 위해 개발했다기보다는 마침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이 타이밍에 개시한 신제품이지 않나 싶다. 일단은 레귤러 라인업에 자리하면서 티백 제품으로만 한정 일러스트 패키지를 발매했다. 최근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으나 트리 모양의 오너먼트처럼 활용 가능한 디자인 박스로 조와유노엘, 오렌지포멘더, 크리스마스리스 세 가지가 티백 5개 패키지로 출시가 되었고 일러스트 캔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롤, 징글벨, 카슈카슈 네 가지만 출시되었으며 일러스트 캔 품목을 포함하여 디카페인 캐롤과 디카페인 화이트 라벤더 & 민트 두 제품을 합한 여섯 개의 제품이 육각기둥 모양으로 티백 10개 패키지로 출시되었다. 캔보다는 종이 박스 위주의 한정 패키지라 평소 같은 틴 모으는 재미는 좀 시들한 편. 그러고 보니 티백으로는 정사이즈 캔을 구하지도 못하는구나. 그래도 선물용 쁘띠 캔 5개입짜리가 한정 일러스트를 달고 있긴 해서 그걸로 구매하긴 했다. 이렇게 보시다시피 기존과는 꽤 다른 방식의 패키지 구성에서 디카페인 캐롤과 오늘의 주인공인 디카페인 화이트 라벤더 & 민트를 특별 박스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아 디카페인 두 제품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한정 일러스트 박스로 티백 10개들이 1100엔, 그리고 평범한 봉입으로 50g 패키지 850엔 두 종류를 구매했고 상미기한은 2년으로 27년 8월까지. 라는 건 최소 3달 전인 8월 제조라는 거잖아!

앞으로 더 자주보게 될 패키지는 아랫쪽이 아닐까

디카페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듯 초승달 모양을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의 박스이다. 앞쪽 3면에 걸쳐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뒤쪽 3면은 민트색으로 통일하여 제품 정보 등과 바코드 등을 인쇄해놨다. 박스 설명을 구구절절 하는 걸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던 모양. 올해의 크리스마스 시즌 일러스트 테마는 눈꽃송이인데 거기에 맞춰 눈 결정 모양을 다양하게 장식해두었고 스캔이라 그렇게 안 보이지만 금박으로 나름 예쁘게 해두었다. 신제품 발매치곤 임팩트는 사실 잘 모르겠다. 박스 뒷면과 레귤러 봉입 라벨에 프린트된 설명이 살짝 다른데 큰 차이는 없으니 레귤러 라벨 기준으로.

카페인오 누이타 코우차니, 호와이토 라벤다아노 카렌나 카오리토 민토오 브렌도. 야사시쿠 슨다 아지와이.
카페인을 제거한 홍차에, 화이트 라벤더의 가련한 향과 민트를 블렌딩. 부드럽고 맑은 맛이 특징.

박스엔 디카페인의 특징을 조금 더 강조한 것 같고 크리스마스에 공개하는 이유도 동지에 가까운 긴긴밤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 디카페인이 좋지 않냐는 메시지를 포함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같다. 딱히 계절을 가려야 하는 블렌딩은 아닌 듯. 그나저나 화이트 라벤더라니 일반 라벤더와는 어떤 차이인지가 좀 궁금하긴 하다. 라벤더와 민트를 블렌딩한 홍차는 그렇게 낯선 조합은 아닌 듯하여 무난하게 좋지 않을까 싶다. 진짜 밤에 마시기 좋은 차로 타겟팅한 느낌이 물씬 나네.

뜻밖의 아라레와 아라잔이 급 겨울 분위기

봉투를 열어보면 은은한 라벤더와 민트향이 섞여서 새로운 허브같이 느껴진다. 러쉬 향 같다고 하면 분명 또 찌르는 듯한 진한 향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런 느낌이 아니고 희석에 희석에 희석을 거친 아주 연한 향이면서도 확실히 파스텔 톤의 느낌은 있는, 그런 종류의 향이다. 시큼하거나 쏘거나 풍선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도 밝은 톤의 가향이라는 게 재밌다. 라벤더라고 하면 아무래도 너무 진해서 코가 아픈 경우가 많은데 흔치 않은 기분 좋은 라벤더. 건엽을 덜어내면 우선 아라레와 아라잔이 쏟아져 나와 기분 좋은 이벤트의 기분을 전달해 준다. 은침의 아라잔이 녹으면서 반짝거릴 찻물을 생각하니 크리스마스 시즌의 밤 차로 추천할만하단 생각. 실론 홍차 사이로 푸릇한 나뭇잎 조각들이 보이는데 페퍼민트 컷이 아닌가 싶다. 라벤더 가향이 기가 막히게 완급 조절이 되어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대부분은 밤에 급랭으로 소비했는데 다 떨어지기 전에 부랴부랴 찍은 사진

늘 그렇듯 6g의 찻잎을 300ml의 끓는 물을 부어 2분 우려낸다. 우린 뒤에 의외로 홍차 향이 올라와서 새삼스럽다. 그만큼 건엽에선 허브허브한 게 티젠 느낌이 강했었다. 성탄의 은총이 찻잔 안에 가득한 것인가. 홍차와 라벤더와 민트의 삼위일체 향기가 뭐 하나가 앞서지 않고 사이좋게 어우러진다. 한 모금 마셔보면 가장 먼저 매콤하게 페퍼민트의 향이 입안을 깨운다. 마치 은침에서 녹아 나온 듯한 착각이 든다. 너무 옛날 사람 티가 나는 건가. 그리고 클래식하게 화려함을 추가해 주는 라벤더의 향기. 아라레의 영향인지 약간의 구수함과 단맛이 감돌면서 페퍼민트와 라벤더의 향도 적절하게 잘 눌러둔 느낌이 든다. 개성이 강하기로 뒤지지 않는 민트와 라벤더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기 시작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조합인 것 같은데 놀랍게도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듯 조심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조화가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맑게 개인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하고 깨끗한 평화로움. 홍차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기 좋을 것 같은 게 티백을 깜빡하고 오래 우려 두어도 크게 맛이 무너지지 않고 과추출되는 정도가 없다시피 하다. 그만큼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취급이 쉬워 안전하겠지 싶은 느낌.

디카페인 특유의 깜장색 엽저

올해 루피시아는 상품 구성에 있어서 꽤 큰 변화의 시기를 갖고 있는 듯하다. 디카페인의 확장이라던지 대대적으로 단행한 티젠 라인업의 출시와 프로모션이라던지 여러 면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듯하다. 화이트 라벤더 & 민트는 디카페인으로 먼저 출시가 되면서 이러한 행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품이다. 아라잔이나 아라레의 느낌이 꽤나 겨울 겨울하고 라벤더와 민트의 차분한 조화가 그런 시즌성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지만 의외로 아이스티로 마셨을 때 편하게 벌컥벌컥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일 년 내내 편하게 즐기기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든다. 루피시아의 디카페인 시대를 조용히 열어주는 기억할 만한 블렌딩이란 생각이다. 겨울 아침의 눈송이 같은 디카페인 화이트 라벤더 & 민트,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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