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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Aug 08. 2023

오텔 드 빌, 호텔 아니고 시청이다.

루피시아 5119. Hôtel de ville, 오테루 도비루

보부상님께서 사다 주신 루피시아. 시음기 작성은 거의 가장 먼저 한 것 같은데 브런치로 옮기는 건 순서가 바뀌어서 좀 나중이 되었다.

지점한정판이라 틴케이스로 샀습니다.

오뗄 드 빌 (Hôtel de ville), 프랑스어로 시청이라는 뜻의 신주쿠 한정 홍차 블랜딩이다. 루피시아의 불어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일본에선 어떻게 읽는지 원어발음 좀 궁금. 신주쿠에 도쿄 시청이 있다거나 그렇습니까? 무식한 소리를 할 뻔했는데 신주쿠에 도쿄 도청이 있다고. 행정구역이 시가 아니군요. 아무튼 이름만으로는 무슨 경시청 느낌이 나고 그러는데 오리지널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파리 오뗄 드 빌엔 마리아주 프레르의 티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루피시아에게 마리아주란?

개봉해 보니 다즐링 향이 제일 강하게 난다. 풋풋한 풀내. 근데 털 달린 백차잎도 보인다. 동글동글 씨티씨도 보인다. 엣?에엣?? 심지어는 아무리 봐도 그냥 초록초록한 녹차도 보인다. 이걸 어떻게 우리나 다시 라벨을 확인한다. 2.5~3그램, 뜨거운 물, 3분이라고 적혀있다. 물을 끓이면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거 물을 한 소끔 식혀야 하나 그냥 끓을 때 부어야 하나. 열탕인데 80도? 90도? 아님 그냥 100도? 한참 고민하다가 물 한 김 식히는 걸 기다리기 귀찮아서 그냥 루틴대로 우린다.

매져로 한 스푼, 100도, 2분 첫 잔. (작성시기가 앞선 글들보다 먼저입니다. 티팟을 우리는 팟, 서빙 팟을 따로 쓰지 않아 계속 우리면서 2분에 첫 잔, 3분에 둘째 짠, 5분쯤 마지막잔을 마십니다.) 가향 아닌 블랜드는 오랜만에 마시는 것 같다. 개봉할 때의 느낌처럼 맛도 다즐링으로 시작해 백차, 녹차, 씨티씨로 마무리된다. 기본적으로 다즐링과 아쌈 조합인데 중간에 구수한 맛을 좀 거치는 게 웃기는 맛이다. 깔끔하고 개운해서 옆에 과자를 두면 위험한 하겠다. 술술 넘어갑니다. 수색은 연한 편. 아무래도 씨티씨 제외하면 발효도가 그리 높을 것 같지는 않다.

라벨에 써있기로는 1~2회라고 되어있지만 역시나 한 번 우리고 나면 풀향이 강하게 올라와 재사용은 어렵겠다. 발효차 비중이 애매하긴 하지만 확실히 홍차 블랜딩으로 보는 게 좋다. 젖은 잎에서 나는 찻내가 어렸을 적 차 설거지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그리운 기분이 든다. 이후에 80도 정도 식힌 물로 마셔봤는데 밸런스가 묘하게 구수한 맛으로 옮겨간다. 도청에서 면사무소 느낌으로 바뀌는 게 정말로 웃기는 맛이 되어버립니다. 아무래도 다즐링 아쌈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적절한 밸런스로 보인다.


경시청의 느낌 하면 긴다이치, 코난, 춤대수 등등 떠오르는 게 너무도 많지만 발음도 어려운 오떼루 도비루를 다시 읽노라면 앰버거, 앰버더, 햄버더, 햄버르드드 하는 핑크팬더가 생각나고 마는 것이다. 어느덧 파리 경시청으로 생각이 옮겨간다. 가볍게 덖은 녹차에서 진하게 발효된 아쌈까지 모두 모여 묘하게 구수하고 달큰 개운하면서 진한 맛. 시시각각 변하는 맛의 범인은 누구일까. 종합하자면 오랜만에 스트레이트 제대로 느낀 거 같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끗.




추천곡 - 핑크팬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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