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디 얼그레이 레몬티
아내를 따라 들어간 칼디 매장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집어든 아이스티 베이스시럽. 포션타입으로 얼음물에 한두 개씩 뜯어 넣으면 되는 물건으로 요거 탕비실에 가져다 놓으면 한 시간도 안되어서 금방 사라질 마법템이다. 포션타입이라 취급이 용이한 게 특장점. 가격은 247엔으로 제법 괜찮아 보이지만 포션 한 개당 120~140ml 정도가 정량이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편의점에서 레몬 아이스티 사 먹는 가격과 비슷하다. 아무튼 집에 쟁여놓기에는 이쪽이 더 좋겠지.
맛은 흔히 페트병에 들어있는 상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맛이 강해 얼그레이향이 오히려 좀 묻히는 느낌도 있다. 시원하게 잘 마셔놓고 불만 있다는 투로 들리는데 그렇지는 않고 뭔가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편하게 뚝딱 만들어서 시원하게 한 잔 마시기엔 딱 좋았다. 의외의 발견은 일본에 거주하시는 분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된 건데 일본에선 이걸 얼려두었다가 탄산수에 얼음큐브처럼 넣는다고 한다. 그런 거라면 한국에도 많이 있지. 커피를 얼려서 에스프레소 큐브를 물이나 탄산수에 넣어준다거나 하는 여름 음료. 단박에 이해하고 두 개밖에 남지 않은 포션을 당장 냉동실에 넣어 일주일간 얼려보았는데 우리 집 냉동실이 그리 약하지 않음에도 꽝꽝 얼지를 않았다. 실험실에 있는 -80도 딥프리저에 얼려볼까 싶다가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어서 그냥 차가운 상태로 탄산수와 섞어보았다. 사진은 그냥 그래서 넣지 않음. 탄산수를 넣으니 얼그레이 레모네이드의 맛이 되었다. 탄산수에 넣어서 먹으라고 파는 에이드 시럽들이 있는데 그 어떤 애들보다도 맘에 드는 맛이었다. 그렇구나, 너 에이드용이었구나. 이렇게 제작자의 의도와는 크게 관계없는 깨달음을 얻은 채 다 마셔버린 칼디의 얼그레이 레모네이드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