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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by 도시 닥터 양혁재

언제부터인가 문득,

'이제 늦은 건 아닐까?'라는 말이 습관처럼 입안에 맴돌고 있다.


예전엔 스물다섯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고,

서른은 너무 멀리 있는 숫자 같았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거치며 서른은 훌쩍 지나갔고,

그 숫자들을 통과한 지금, 나이가 드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조금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주름이 늘고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속도의 변화'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예전엔 더 빨리, 더 많이, 더 멋지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조금 느리더라도, 나에게 맞는 리듬으로 걷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안다.

누구보다 앞서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가는 길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비교 대신, 나를 돌보는 연습을.

이제는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바라본다.

오래 사용한 아끼는 컵에 커피를 따르고,

오래된 친구와 웃는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이 스며든다.


젊음이 가능성을 주었다면,

지금은 방향을 잡아야 할 때다.

우리는 매일 늙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워지고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나이 듦은 사라짐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또 하나의 이름일 뿐이다.


지금 곁에 남아 함께 웃고, 안부를 나누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친구와 가족, 동료 모두에게.

이 따뜻한 인연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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