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조금 풀렸다.
아직 완전한 봄이라고 부르기엔 이른 것 같지만
입춘이 지난만큼 더 이상 이를 악물 만큼의 추위는 아니다.
외투를 입긴 했는데
목도리는 두고 나와도 될 정도.
사실 겨울동안 춥다는 이유로 많은 걸 미뤄뒀었다.
움츠러든 기분도 계절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조금 무기력해도, 게을러도 겨울은 내 편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그 핑계가 사라진 것이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괜히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 주면 생일이다.
예전처럼 들뜨지는 않지만
괜히 기대되는 마음에 날짜를 세어본다.
일년에 한번 돌아오는 생일인만큼
작년보다는 나아진 모습이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은 계절이 먼저 풀어준 이 틈에서
서두르지 않고 조금은 느슨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잘 지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용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생일이 오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만 남긴 채
굳이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린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다.
봄을 서두르지 않아도,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아도
이 정도의 온도라면
지금의 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