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야, 안녕?

그때 그 개미

by 모래알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갔다. 대부분 친구와, 동네 언니와 함께 가다가 혼자 나갔다.

혼자 다닐 때는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도 문득 생각이 나고, 이런저런 일들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어서 좋다. 산책로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 팔을 높이 흔드며 걷는 사람, 나처럼 천천히 걷는 사람 등 다양했다. 나는 잠시 쉬려고 나무의자에 앉았다. 내 발 밑에는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 개미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몇 년 전에 만난 개미가 생각났다.


우리 가족은 강원도 홍천, 어느 계곡으로 여름휴가를 갔었다. 우리는 바닷가보다 계곡을 좋아해 여름휴가 때면 계곡을 찾는다. 계곡에는 개미가 많아서 돗자리로 올라오는 개미들을 쫓아내야 했다. 돗자리를 들어서 못 올라오게 하거나 올라온 개미들은 부채에 오르게 한 후 밖으로 내보내거나 급할 때는 입으로 불어 쫓아내곤 했다. 아빠는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늘 물속에 있고 나는 물속에 들어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책을 읽으며 돗자리를 지키기는 건, 늘 나의 몫이다.


자연 속에서 놀 때는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늘 아쉬워하며 짐을 싼다. 고속도로에서 밀리는 건

항상 각오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잠을 자고, 아빠는 운전대를 잡고서도 피곤해서 하품을 계속한다.

나는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집에 도착한다. 여기까지 우리의 휴가는 매 년 비슷했다.

그날은 조금 달랐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짐을 풀기 시작했다. 얼른 정리하고 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옷가지에서 개미 한 마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어머, 개미가 있어!" 내가 말했다. '강원도 개미가 이렇게 컸나?' 한 마리가 유독 커 보였다. 그 소리에 아이들이 다가왔다. 개미는 옷가지에서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러더니 어리둥절, 우왕좌왕하는 듯 이리저리,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개미가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지들끼리 개미를 이해하는 듯한 말을 했다.

"어쩌냐! 너 여기 왜 들어갔어?" 하며 안타까워했다.

"안 돼! 그리로 가지 마, 그러다 죽어!" 하며 손으로 막아보고, 모자 위로 올렸다가 개미가 탈출하자 책으로 막다가 결국은 빈 요구르트병을 가져와 개미를 그리로 들어가게 했다. 개미는 이제 어쩔 수 없는지 기어 다니기를 멈추었다.

"흙 있는 곳에 데려다줘야겠네."

"나가서 흙 있는 곳 찾아보자." 하며 아이들이 나가고 조금 이따가 들어왔다.

"엄마! 개미는 운동장에 잘 데려다줬어!" 하는 아이들의 말이 들렸고

나는 피곤해하면서도 하던 일을 계속했고 저녁이 다 되어 정리가 끝났다.


그 후에 개미가 잘 사는지에 대한 얘기를 가족끼리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개미는 홍천에서 부천까지, 자기도 모르게 짐에 달려와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잘 살았을까?

우리 동네 개미들과 싸우지는 않았는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다고 왕따를 시키지는 않았는지,

내 발밑에 개미를 보다가 그 개미를 생각한다.

잘 살았기를...

그때 그 개미야, 안녕?



모래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