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표창장

여기나, 거기나

by 모래알






한 3주 전쯤의 일이다.

큰 아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시어머님이 추천해주신 병원에 갔다.

동네 병원만 다니다, 먼 곳까지 아이를 데리고 갔지만 예약이 안 되어 있어 예약을 한 후

다음날 다시 갔다. 예약을 했지만 그래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어떤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환자는 언제나 많다. "아픈 사람은 왜 이리 많냐?" 하며 아들과

순서를 기다리지만 아직도 멀었다.


우리 동네에도 병원이 있다. 유명한 대학 나온 의사가 있는 정형외과. 하지만 그곳을 가기 싫은 이유,

의사가 환자를 쳐다보지 않고 컴퓨터를 보며 말한다. 심지어 반말을 한다. 그것이 계속 거슬렸지만

'원래 저렇지!' 하며 그냥 있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다쳤다, 그거지? 축구하다 친구가 발을 밟았음" 하며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 쓰는 게 중요한 사람 같았다. 부모인 나에게도

"이렇게 이렇게 해!"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한테 말한 거 맞아?' 하며 귀를 의심했지만

동네 사람들의 경험이 그 의사는 원래 그렇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 병원에 다녔지만 그 병원에 갈 때마다 나오는 나의 행동이 싫다.


언젠가부터 그 병원에 가면 나는 인사를 안 한다. 왜, 의사도 안 하니까.

의사를 안 쳐다본다. 왜, 의사도 안 보니까.

의사가 얘기할 때 나는 팔짱을 끼거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듣는다. 왜, 의사도 삐딱하게 앉아서 얘기하니까.

이런 내가 싫어져서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게 된 병원.

드디어 아들 이름을 불렀다. 튕긴 듯 일어나 아들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중후한 의사분께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예의니까.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진료실 벽에는 역대 대통령에게 받은 표창장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척추전문 의사의 진료실에는 척추 관련 사진이나, 뭐 다른 것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나는 또 마음이 이상했다.

아들이 허리 아파 왔다고 했더니 CT를 찍어오라고 하며 바로 내보냈다.

표창장에 박힌 금박들이 눈이 부셔서인지, 대통령이 내린 상장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나는 고개를 돌려 바로 나왔다.



아들이 CT를 찍는 동안 복도에서 기다리는 나는 조금 슬펐다.

내가 만나는 의사에게 나는 무엇을 바라는 걸까?

복도 TV에는 내가 방금 만난 의사의 방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들의 CT 사진이 간호사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았다. '조금 있으면 아들이 왜 아픈지 알 수 있겠구나.'

하며 기다리지만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아직 멀었냐고 물으니, 담당 간호사는 CT 사진이 아직 안 나왔다고 말한다. 내가 전달되는 걸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 절차상 어떤 이유가 있나 보다, 하며 한참을 또 기다렸다. 그런데 나는 문 틈으로 보고 말았다. 의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사다 준 토마토 생과일주스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환자가 몇시간을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래, 의사도 쉬어야지. 조금만 기다리자.


그 후로 한참이 지나 들어간 진료실에서 아들의 상태는 괜찮고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아주 일정하고 높낮이가 없는 건조한 말투, 삐딱한 자세, 표창장이 말을 해주는 듯했다.

'그러라고 표창장 받으셨어요?' 나의 속마음은 그랬다.

진료에는 환자를 위하는 마음만 있으면 환자는 그것으로 감동할 텐데.

얼굴을 보며 따뜻한 말을 듣기는 어렵구나, 그런 의사는 없구나.

아들이 많이 아프지 않다니 기뻐야 하는데 나의 기분은 왜 이러는지.

나는 전에 갔었던 병원 의사에게 하듯 팔은 팔짱을 꼈다가, 두 손을 양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의사의 말을 들었다. 나도 의사를 그렇게 대하고 싶었다. 나의 삐딱함을 반성하지만,


그러나 그곳에도 슬기로운 의사는 없었다.





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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