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휴직하겠습니다"①, 회사 스트레스 편
난임과 직장생활, 그 딜레마 4
퇴사한 직원들과 현직원들의 표면적으로나마 가장 큰 불만 사항은 바로 상사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는 이제 나에게 까지 조여 오게 됐다. 성격이나 말투 등등의 인신공격이 될만한 사항들은 언급하지 않고 설명해 보자면, 그 상사에게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맡은 업무를 잘 해내서 성과를 내면 '너무 쉬웠나 보군, 이것도 담당하라'며 늘 덤을 얹어준다.
사람이 일을 할 때엔 보상에 대한 욕구가 있다. 보상은 여러 형태일 수 있다. 금전적 보상, 성과에 대한 인간적인 인정, 승진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부서의 경우, 연봉은 최저시급보다 조금 높은 정도고, 공무직이라 승진도 없으며, 직속 상사로부터 인정은커녕 '쉬운 일만 맡으니 일을 그렇게 끝내버릴 수 있지'라는 눈치를 받으니 3박자가 모두 엇나가는 꼴이다.
낮은 연봉과 직급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온 직원들에겐 상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인정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그 작은 욕구가 채워지지 못하니 내 인력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들며 자존감이 하락하게 된다.
'내가 정말 일을 안 하는 걸까?' 자문하기에는 너무 주관적인 대답이 나올법한 질문이다. 그래도, 감히 '정말 열심히 일했다'라고 답할 수 있다. 전 세계 수천 명이 가입한 해외 서포터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은 나는, 내 사수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들을 현실화시켰다. 발대식이 있는 봄과 연말 시상식이 있는 겨울이 제일 바쁜데, 그 시즌에는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0시~11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내 사수는 급기야 부정출혈이 생기고 이유 없이 가슴 통증이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나는 임신에 매달 실패했고 그 원인을 자꾸 회사생활에서 오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와 업무과중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인은 사실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단순히 아직 아기가 들어설 운명이 아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