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벌레를 보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우리는 모두 부스러지는 방향으로 향한다

by 미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매우 낡았다. 할머니가 스무 살일 시절에 이 집에 세 들어 사신 적이 있다고 하셨으니, 우리 집의 나이는 50년은 족히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있으면 온갖 벌레들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소문으로만 듣던 꼽등이인데, 여러 개의 긴 다리에 웬만한 벌레들보다 큰 크기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무엇보다 위협적인 건 꼽등이의 점프 실력이다. 꼽등이는 폴짝폴짝 너무 잘 뛰어올라서 벌레와의 접촉을 꺼리는 내게는 영 달갑지 않은 존재다.


그런데 어느 날, 꼽등이 한 마리가 중간 문으로 가는 계단 위에 죽어있는 걸 발견했다. 징그럽기도 하고 사람이 주로 다니는 곳이 아니라서 일단 내버려 두었다. 아무도 그 죽은 벌레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벌레는 내가 매번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내 시선을 빼앗곤 했다.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어느 날 벌레의 다리가 사라졌다. 또 사나흘이 지나자 벌레의 몸통이 부스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한 묘사는 징그러우니까 생략)


죽은 벌레가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문득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죽고 나면 저렇게 점점 부스러져 결국 형태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겠지. 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죽고 나면 지금 아등바등하는 것도 모두 부스러질 텐데.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