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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um Apr 18. 2021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는 진리

*Beethoven Piano Sonata Op.49, No.2

 숲길을 걸을때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길도 처음에는 '길이 아닌' 그런 길이었겠지?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길을 걷다보니, '진짜 길'이 되었겠지...그리고 Robert Frost의 시를 되뇌어본다.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노란단풍 숲속으로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

길이 굽어진 시야 끝까지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갔습니다.

그 길은 풀이 무성하고 사람이 걸은 흔적이 적어 

더 나은 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해서 그 길도 같은 길이 되겠지만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로인해 그것이 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있었던가? '신의 한수'라 기억될 정도의 잘한 선택도 있었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선택도 있으며, 의미있는 선택도 있었고, 두고두고 아쉬운 선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인 원칙은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과정은 매우 심사숙고하지만, 막상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그안에 있는 자원을 발견하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로인해 그것이 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오늘도 수없이 많은 선택과정에서 다시한번 자신에게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아직 완전하게 결론지어진 것은 없다고, 멈추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좋은 끝'이 올꺼라고...


 나이탓인가? 최근 자꾸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리워진다. 어릴적 친구들이 보고싶고, 단순히 궁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어떤 아쉬움들이 저 깊은 속에서 자꾸 올라온다. 오늘은 오랜만에 Beethoven Piano Sonata Op.49, No.2  1악장(Allegro, ma no troppo)을 연주했다. 어린시절부터 여러명의 piano 선생님에게 레슨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곡마다 다른 스타일로 배웠던, 레슨방법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각각의 piano 곡을 대면할때마다 당시에 함께 배웠던 친구들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어떤 곡을 처음 듣게 된 경로 등등이 나에게는 각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Beethoven Piano Sonata Op.49, No.2 1악장을 처음 듣게 되었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때 쯤 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아직 체르니 100번 정도의 수준이라 이 곡을 칠 수 없었는데,  Beethoven Piano Sonata 치고는 악보가 단순해서 한번 연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집에 살던 또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piano를 잘 쳤고 그 친구의 언니도 잘쳤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가 언니의 piano 악보를 보여줬는데, 제대로 된 교재가 아닌, Beethoven Piano Sonata Op.49, No.2 1악장이 복사된 악보였다. 아마도 piano선생님이 복사해서 조각악보를 준 모양이었다. 내가 그 악보를 너무 갖고 싶어하니, 친구가 나에게 악보를 가지라고 했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칠줄도 모르는 악보를 보면서 그냥 그 악보를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곡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품었던 희망이 결국에 나를 그 곡을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성인이 되서도 여러명의 선생님들에게 piano 레슨을 계속해서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근에도 '역량부족'임이 명백하게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그냥 무모하게(?) 도전하는 일들이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 '멈추지만 않으면 결국에는 될꺼야' '100세 시대라는데, 안되면 까짓거 99살까지 하다 말지 뭐...'등등, 이런식으로 그냥 한번 결정한 일은 앞만 보고 가고 있다. 이러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으면서, 애정없는 충고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꿈의 싹을 밟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이 새싹 단계일때는 잠시 마음에 품어두고 지내는것도 필요한 것 같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테니까...열매를 맺을때 쯤이면 그 열매를 많은 이들과 나누며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숲길을 걸을때면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길도 처음에는 '길이 아닌' 그런 길이었겠지?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길을 걷다보니, '진짜 길'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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