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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가일 May 11. 2023

관심직원으로 살아가는 것

우울증으로 최소한의 일을 최대한의 힘으로 버틸 때 느껴지는 자괴감

한시적 단축근무를 시작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주 4일 근무 그중 2일만 출근하고 하루에 15분 의무적 쉬는시간 포함 5시간 근무한다.


실제로 집중해서 일을 하는 건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힘들다.


그리고 Talent 핵심인력으로 키워지다가 0.5인분으로 그것도 "당분간 얘한테는 스팟성 업무 시키지 말고 나나 우리 팀 다른 직원한테 먼저 연락 주세요"라고 부서회의에서 공표한 팀장의 발언에 나는 대내외적으로 "당분간 1인분을 못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상담선생님도 나도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 심지어 팀장과 동료도 맞다고 생각했던 선택.


그러나 내 자존심은 2주가 된 지금 좀 많이 힘들다.


5개월 반동안 꼭 나아지고 싶은데 주 3회 조깅도 남편의 도움으로 같이 겨우겨우 해내고 있고 병가도 내지 않고 이 정도면 잘 해내고 있는데도 갑자기 몰아닥치는 패배감에 눈물이 흐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내게 사회적 성취 인정은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관심 있는 분야도 잘하고 재밌는 일도 아닌데 왜 일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내 모든 개인시간까지 영향을 받는 것일까?


나는 지난 32년간 무엇을 위해 이리도 열심히 살아온 것일까?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독일에 그리고 대기업에 취업을 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길을 잃은 기분은 도대체 왜인 걸까?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8시간 9시간을 회사에서 집중해서 일을 하고 개인시간을 보내며 울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남편에게 내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다.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그에게 너무 미안하다.


오늘은 데이트하는 수요일, 조깅을 하러 가기로 했으니 꼭 해야지.

오늘도 살았다. 살아가고 있다.


약을 먹었고 침대에서 일어났고 느리고 부족했지만 목표했던 일을 했고 상담을 다녀왔고 충분히 걷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남편과 30분만 조깅을 하면 오늘 내가 목표한 일은 다 해 낸 거다.


지금도 울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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