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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Mar 22. 2024

방구석 게임 마니아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갑니다. 1

고립된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

     나는 내향인은 아니지만, 내향인 못지않게 고립된 실내를 좋아한다.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혼자만의 고립된 시간을 가진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컨디션 차이가 정말 컸다.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취미는 '게임'이었다. 실제 사람들과는 음성채팅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 길 없이 편하게 친해지고 상호작용 하면서, 게임 속 내 캐릭터를 가지고 또 다른 이와 경쟁하고, 협동하며 고립된 공간과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두 가지 니즈를 잡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평범한 고등학생에 핵가족 형태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정말 내가 그토록 바라던 라이프 스타일을 찾을 기본 전제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그저 적당히 사고 안 치고 부모님 속 안 썩이는, 그리고 남들 사이에서 꽤나 관심받을만한 꿈 정도만 있으면 됐다. 나의 꿈은 음악가였고 그때 당시 나는 재즈를 기반으로 여러 음악 분야의 일가견이 있는 숨은 장인 정도가 되고 싶었다. 당시 실용음악과의 top3, 실용음악과의 sky라고 불리던 대학 3곳 중 한 곳을 목표로 하며 나의 존경하는 선생님과 열심히 음악을 했고 현역으로 20살에 곧 학교를 가지는 못했지만 3수 끝에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합격 비결이 무엇인가요?"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학교에 붙었는지, 연습 방법은 어땠는지 등 질문이 들어왔었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얘기 일 테니,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 했던 얘기가

"연습, 잠 외의 시간에는 게임을 원 없이 했습니다. 연습시간에 자꾸 갈망하게 되는 활동을 꾸준히 해서 피아노 앞에 앉아있을 때만큼은 그 생각이 나지 않게 하세요. "

정말이다. 나의 재수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터무니없이 많은 연습 시간을 계획해 두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게임 패치노트를 보거나 인터넷 방송을 수시로 보고는 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게임은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이도 저도 아닌 채로 그렇게 재수의 시간은 흘렀다. 물론, 악기 연습 시간이라는 게 쌓이고 쌓이며 누적이 되다 보니 실력이 오르기도 했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그때 반지하 연습실 단칸방에서의 내 삶에 대한 회의감과 죄책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것. 내 인생에서 언제가 제일 괴롭고 힘들었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그때였을 거라고.


할 일에게 시간을 쥐어주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내가 쉬어가고 노는 일에게 시간을 쥐어주는 것은 불편했었다.


생각보다 나에게 쉴 시간을 원 없이 주는 것은 효과가 좋았다. 이것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립하는데에 좋은 사례가 되었던 것이었다. 과거 3시간 연습(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던 내가 하루에 5시간씩 게임과 자유시간으로 할애를 하고 나니 현재는 연습 시간을 따로 지정하거나 계획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5시간 이상 배우고 싶은 내용을 탐구하고, 나의 실력과 태도에 대해 성찰하며 다듬는 시간이 생겼다.

20대 초반, 나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나는 밖에서 사람을 만나서 핫플 카페를 가고,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클랜원, 길드원(함께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하는 모임)들과 새로 나온 맵에서 게임을 하고, 새로 나온 캐릭터나 아이템을 사용해보며 소감을 얘기하는 등의 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친구 생일이나 그래도 한 학기에 얼마 없는 종강 파티 등의 모임에 나가긴 했어도 루틴처럼 자리를 떠나 나의 또 다른 세상에 떠나고는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20대 후반이 된 나에게 물었다. 아직도 그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 정말 유효한 거냐고.

사람 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이, 게임 세계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1) 게임의 인기가 식어서 

2) 사람들이 다들 현재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떠나서 

3) 사람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 

4) 갑자기 디스코드(음성채널) 채널이 사라져서 

등 게임 세계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만큼 와해되기가 쉬운 세계이다. 나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포기해 가면서 까지 그 세계에서 참 행복했는데, 지금은 어떠한 모임에도 소속되어있지 않고 혼자 게임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는 혀를 차며 현생을 제대로 살지 않은 나를 욕할지도 모르지만, 후회는 그다지 되지 않는다. 남들은 내가 마냥 게임 폐인 같아 보일지는 몰라도 나름 그 시간 외에는 알바도, 동아리도, 연애도 열심히 해왔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렇게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발전해 나가고 싶었던 건, 이제 나도 사회에서 1인분을 하며 명함이라는 것을 가져 봐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런 불안한 시대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지만 분명 지금 시점에서도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를 취하고자 하는 것이 내면에 있을 것이니까.


같이 생각해 봅시다.

1) 개인의 성장을 위한 우선순위

2) 개인의 행복을 위한 우선순위

3) 개인의 안녕을 위한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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