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살롱 오픈 493일 차
* 자정이 지나 새로운 새벽이 되었으므로 본 서점 일기는 2019년 7월 25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1
오늘은 정말 특별한 손님들이 살롱에 다녀 가셨습니다. 그중 두 팀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데 한 팀은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원도 춘천에서 왔다는 피트니스 트레이너 '오현' 씨입니다.
경북대학교 학생들, 정확히는 경북대학교 창업 동아리 소속의 대학생들이 완도살롱을 찾아온 이유는 제법 거창했습니다. 자신들이 구상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며 완도살롱의 대표자 인터뷰를 통해 힌트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는데요. 인터뷰를 위해 총 네 명의 대학생이 살롱을 찾아왔는데 그중에는 완도에서 인연을 맺었던 '미선' 씨도 있었습니다.
미선 씨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잠깐 마케팅 담당자로 일했던 완도의 모 게스트하우스에서였습니다. 그녀는 20대 전부를 세계를 여행하는데 바쳤고 섬마을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로 30대를 맞이한 인물이었습니다. 지난해 봄 대학교 졸업을 위해 완도를 떠나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런 그녀를 주축으로 한 창업 동아리의 멤버들이 다시 완도를 찾아온 것입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왜 서울을 떠나 완도에 왔는지? 어떻게 완도살롱을 창업한 것인지?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고 또 좋은지? 장사는 잘 되는지?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것은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에 대해 어찌어찌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수 시간이 지난 지금도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또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인터뷰 의뢰를 받고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알은 체도 또 어른인 척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그 또한 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무언가 전달해주어야 할 사람은 저였는데, 덕분에 제가 얻은 것이 더 많은 인터뷰였습니다.
학생들이 떠난 몇 시간 뒤 홀로 살롱의 문을 열고 들어온 오현 씨는 살롱을 찾아온 첫 장애 고객이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아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스마트폰 메시지로 시작된 그와의 대화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에 그는 살롱의 다른 고객들과 벌인 네 차례의 보드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완도에 온 것은 한 기업에서 진행한 유류비 지원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전라남도의 해남, 완도, 보성, 순천, 여수 등을 여행할 예정이며 얼마 전 다른 기회로 경상남도를 일주했으니 이번 전남 여행은 자신에게 두 번째 '도전'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디 제가 오늘 추천해준 맛집과 가볼만한 곳들이 그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2
내일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입니다. K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벌이기 위해 내한한 유벤투스 선수단 팬미팅이 이유입니다. 혹시 호날두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피곤하다고 안 나오기만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