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일기 20191227

완도살롱 오픈 647일 차

by 이종인

#1

오늘은 대단히 중요한 하루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완도살롱은 1년 더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고, 나 또한 최소한 2020년 12월까지 이곳에 있게 되었다. 지난 계약이 2019년 12월 31일까지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주 게으른 선택이었으나, 결국 시간에 쫓겨 결정을 내리게 되더라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었다.


사실 재계약을 앞두고 여러 가지 일과 제안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자주 아프고 피곤했으며 이별을 경험했고, 얼마 전에는 한 스타트업으로부터 아주 매력적인 입사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시스템의 직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만드는 대표로 남기를 바랐다.


완도 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완도살롱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문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이 도시에 도착해 사귄 이들 중 10명 가까이 이곳을 떠났고 그들은 공교롭게도 저마다 다른 이유로 왔지만 모두 같은 이유로 섬을 떠났다. 나 또한 우리가 섬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그것으로부터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다른 결정을 내렸고 지금 이 순간부터 그 결정에 책임을 질 것이다.


뭐 사실 지나치게 비장하거나 운명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지낼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 잘 부탁합니다?



#2

시체에는 파리가 꼬이고 꽃에는 나비가 꼬인다.



#3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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