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영준 Dec 07. 2020

글쓰기법칙

32_읽기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읽어야 합니다. 잘 싸우기 위해 잘 맞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나 할까요? '읽기'는 독자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 줍니다. 첫 번째는 글 쓰는 방법입니다. 책은 어느 정도 정제된 글이죠. 함부로 쓴 글을 출판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작가가 적어도 대여섯 번을 읽으며 교정하고, 출판사 편집자도 서너 번을 읽으면서 교열한 후에야 원고가 비로소 인쇄에 들어갑니다. 책으로 묶여 나온 글은 대충 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지식과 주장을 매우 깔끔하게 정돈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식입니다. 책에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접근 방법과 지식이 들어 있습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경험과 지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독자의 입장을 알게 됩니다. 작가에게는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쓸 때 독자를 생각합니다. 글은 사실은 독자를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작가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자기가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글은 조금 두서없이 써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사실이 정확히 전달되어야 할 뿐 아니라, 독자의 감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들 것인지를 떠올리며 쓸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권투 선수는 자기 스타일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대를 고려해서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리듬에 박자를 주고,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그 박자를 변화시킵니다. 교착어인 한국어는 조사 하나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작가는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도 염두에 두고 계산하는 글을 씁니다. 

     

1.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이 기뻤습니다. 

2.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난 것도 기뻤습니다. 

3.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이 기쁘기는 했습니다.      


1, 2, 3번  문장은 모두 내가 그녀를 만났다는 것과 그녀를 만나서 기쁘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전달하는 것은 1번뿐입니다. 말하자면 1번 문장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기본 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번과 3번 문장은 조금 다릅니다. 2번 문장은 그녀를 만난 것보다 더 기쁜 것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고, 3번 문장은 그녀를 만난 것이 기쁘면서도 그와는 또 다른 감정이, 예컨대 그녀에 대해 걱정되는 것이 있거나 염려되는 감정이 있음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문장 속에서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어떤 조사를 쓸지를 계속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좋을지를 묻습니다. 말하자면 작가는 글을 쓰는 동시에 독자가 되어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느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작가에게 읽는 연습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