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나도 봄

2019년 4월 13일

by 제인

느지막이 일어난 토요일 아침, 대충 아침을 먹고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보고 있었다. 고갤 돌려 창 밖을 보니 몸을 간지럽히는 날씨가 찾아와 있었다. 그냥 집에 있기엔 심심하고 딱히 할 것도 없었다.


"마포 떡볶이 먹으러 갈까?"

"그래!"


이 두 문장으로 대충 세수만 하고 모자를 눌러쓴 채로 밖으로 나갔다. 떡볶이집까지 가려면 여의도를 지나야 하는데 꽉 막힌 차들을 보고 그제야 알았다. 벚꽃 축제 기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 이미 텐트를 치고 있었고 이제 도착한 사람들도 양손에 가득 간이 캠핑용품을 든 채로 한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린 바람도 쐴 겸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마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한강 공원은 단체 피난촌을 생각나게 했다.



마포에서 좋아하는 코끼리 분식에서 떡볶이 2인분에 사리 추가, 즉석떡볶이에서 빠질 수 없는 볶음밥까지 먹어도 고작 7천 원이 안 나온다. 배불리 먹고 공덕 경의선 숲길을 걷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들이켜니 기분은 금방 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갓 피어난 꽃들과 사진을 찍겠다고 한껏 꾸미고 나와있었다. 그 속에 검정 바람막이에 요가 바지에 버킷햇 눌러쓴 나. 꾸밀 줄 모르는 대학교 신입생 같았다. 이런 날씨에 없어서는 안 될 맥주를 마시러 야외 테라스를 찾았다. 맥주만 마신다더니 결국 피자까지 시켰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명언은, 누가 한 것일까 궁금하다. 먹는 게 남는거라고, 난 오늘 마셔서! 먹어서! 행복한 봄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