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프로 메뉴 셀렉러

2019년 4월 11일

by 제인

우리 집에서의 나의 포지션은, 메뉴 셀렉러(Pro menuselecter)이다. 오늘 뭐 먹지?, 늘 고민하는 엄마의 골치 아픔을 한방에 해결해준다. 집에서 별로 쓸모없는 존재인 내가 유일하게 쓸모 있어지는 순간이다. 오늘은 냉동실에 남아있는 만두와 떡을 이용해서 만둣국이나 끓여먹기로 결정한다. 왜 우리는 집에서 식사를 할 때면 특별한 음식도 일반식으로 치부하게 되는 걸까. 만둣국'이나'라니. 떡만둣국이 얼마나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인데 냉장고에 처박혀있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대나 당할 음식이 아닌데 말이다. 심지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난 꽤나 메뉴 선택이 구체적인 편이다. 집에서의 식사 메뉴뿐만 아니라, 식사 약속이 있거나 할 때도 대개 친구들은 나에게 메뉴 선택을 맡기는 편이다. 그날그날 먹고 싶은 메뉴가 뚜렷하기 때문일 것이다. 배고파라는 말보다 구체적인 메뉴가 먹고 싶다고 말하다 보니 친구들도 날 식사에 있어서 참 구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식사란 참 중요한 행위어서 한 끼를 먹더라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고,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좀 더 맛있는 곳에서 먹고 싶은 욕구가 남들보다 강하다. 이 정도면 프로메뉴셀렉러라고 일컬어져도 부족함이 없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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