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무게

2019년 4월 26일

by 제인

속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은 그 얼마나 무거운 마음인가. 갑자기 아빠 생각이 문득 날 때가 있다. 엄마보다 덜 친하지만 이상하게 절대 멀지 않은 느낌이 드는 존재다. 내가 서른이 되어, 아니 스물아홉이 되었을 때, 그제야 어른의 무게를 느끼며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엄마에게 또는 몇몇 친구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힘듦을 호소했다. 내 고민은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빠가 생각이 났다. 아빠 사업이 힘들어졌을 때, 그는 어디에 짐을 내려놓았었을까. 그 어디에도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길가다 혼자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를 보았다. 나의 아버지도 언젠가, 아니 머지않아 늙을 것이다. 우린 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아버지의 옆에 나의 엄마가 없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났다. 왜 이런 그림이 떠올라버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분은 자식도 부인도 있을 수 있는데 내 눈에는 그저 혼자인 사람으로 보였다.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자식들이 떠나고 곁에는 동반자만이 남은 나의 부모를 생각했다. 괜찮았다. 하지만 그들의 옆에 서로가 없는 모습은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았다. 나의 부모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꿈을 꿀 수는 있으니까. 헤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