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강제 야근에 뿔이 잔뜩 난 나를 달래러 엄마가 출동했다. 일은 다 했는데 왜 자리를 지켜 앉아 있어야 하는 건지, 왜 한국 사회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건지, 왜 사람들은 한 마디의 불평도 하지 못하고 따르는 게 미덕이 된 건지 모든 게 의문인 이 상태에서. 그래 어차피 집에 가서 작업할 거 미리 꺼내놓자는 마음으로 앉아서 작업하다 보니 7시 반이 넘어갔다. 이 와중에 8시까지 팀 야근이라던 상사 두 명은 말도 없이 퇴근해버린다. 그나마 조금은 남아 있었나 싶었던 어이가 제대로 가출해버린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싸 나왔다. 엄마를 만나 화덕 피자를 먹으러 가서 한창 저녁을 먹고 있는 와중에 퇴근하는 나를 봤다며 연락이 왔다. 시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잖아? 퇴근 시간 한참 지나서 퇴근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지. 꿀릴 게 없으니 내일 걱정은 필요도 없었다. 뭐 어쩔 건데. 피자를 먹고도 모자라 집에 가는 길 발견한 짬뽕집에서 빨간 맛을 들이켰다. 역시 한국인은 빨간 맛이다. 너무나 맛있었던 이태리 스타일 피자는 아무래도 한국인을 백 퍼센트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칠리의 민족. 강제 야근이니, 꼰대질이니 다 필요 없는 맛. 빨간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