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중학교 때 저는 친구와 함께 나쁜 짓을
저질렀는데 (고백을 하자면, 문구점에서
필기구를 훔쳤어요..)
그때 문구점에서 다행스럽게도 걸리고
반성문을 쓰고 저희 아빠께
연락이 가 그 뒤로는
다행히 나쁜 짓을 그만두게 되었죠.
근데 살면서 두고두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중학교 당시의 제 사진을 보면
항상 환하게 웃고 있었고,
또 곰곰이 돌이켜봐도 제가 가정사정이
나빠 필기구가 부족하다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고 원래 그런데에 관심이 많은 아이도
아니었는데 참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저의 행동의 이유가 이해가 되질 않더라구요.
단순한 사춘기 시절의 일탈이었는지..
암튼 그렇게 저의 행동의 본질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저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렸는데요.
요즘,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 단서를 발견했어요.
사례에 나온 우울증에 빠진 청소년들이
무언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책에서 발견했어요.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요.
그 청소년들은 우울증에 깊이 빠진
청소년들이었는데, 훔치는 증상과 함께
어떠한 강박증상을 갖고 있었지요.
(책에서는 자신의 상처를 계속 후벼판다던가
하는 행동이었어요. 자신이 마땅히 더 아픔을
당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그런 강박증세를
가진 것으로 정신과 의사인 작가는 해석했어요.)
저도 강박증세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있는데요.
그건 쉴 새없이 손을 씻는 거에요.
초등학교 때는 쉴 새없이 계속 계속
씻는 덕분에 손은 항상 터있었고
어른이 될 때까지 그 강박증세는
유지되었고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상태지만 아직도 남아있어요.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아마도 무언가를 깨끗이 하고 싶은
그런 무의식이 저의 증세를 가져왔는지
그건 모르겠어요.
('나는 날마다 진화한다'라는 책에서도
저자가 어릴 적에 손을 하루에도 수십번
씻는 강박증세가 있었다는게 나와서 그걸
읽고 내심 반가워(?)했었네요 ㅎㅎ)
암튼,
살면서 두고두고
내가 그 때 왜 그랬지 하는게
제 경험과 얕은 지식으로는 해결이 안되는데
이렇게 책에서 저와 비슷한 사례들을
보면 그 곳에서 위로와 조그마한 실마리를
얻어요.
저는 부모님의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간에 대한 비인격
적인 행동들을 사춘기 시절에 특히 많이 경험했는데요.
그 시기가 지금 돌이켜보니 중학교 때더라구요.
중학교 사진 속의 저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저는 그때 웃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남아 야자를 하는게 좋았지요.
맘 속에 있는 슬픔을 감추기 위해
그리도 환하게 웃었나봐요.
그리고 가정사정이 나빴던것도,
필기구나 그런 자질구레한 것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행동을 내가 저질렀을까.
살면서 두고두고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그러더라구요.
"훔치는 행동은 화가 난 것의 표현" 이라구요.
중학교 시절의 저는
흔히 말하는 날라리도 아니었고,
그저 환하게 잘 웃는, 말수가 많지 않은,
무난한 성격을 가진 그런 보통의 사춘기 소녀였는데,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
제 스스로가 두고두고 이해를 하지 못했었는데,
책을 통해
제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행동의 무의식적인 원인을
조금이나마 파악하게 되고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많은걸 느끼게 되네요.
앞으론 더 자신을
이해하고
조금 더
잘 살고 싶어요.
이왕 태어났으니까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
살고 싶네요.
저도 좋고,
남도 좋은
그런 인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