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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께서 보내주신 야동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에서 결혼 전 다니던 직장 남자 부장님을 만났는데 얼마간의 대화 후, 갑자기 나한테 야동을 보내주셨다...

음... 뭐지?

그 부장님과 전혀 친하지 않았고 나이도 꽤 있으신 분이었는데 왜 갑자기 ㅡ_ㅡ?

엥?!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파일을 받고 그 파일을 열어보진 않았다.

그게 어떤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엔 가끔 내가 어떻게 세상에 반응해야 올바르고 적절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 같다.

남편과 결혼 전 연애시절 남편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한테 야동을 보여주었다.

실로 충격이었다.

나도 몰래 합법적인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나마 정상적인 야동을 간간이 본 적이 있는 아주 순수한 영혼은 아니었건만,

그건 내가 접했던 그런 평범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한국, 일본 등등 다양한 컨텐츠와 분장과 배역들, 그리고 아주 적나라한 클로즈업 등 단 한번 봤음에도 강렬했던 그 장면들.

나는 이런 것을 보면서 정상적인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조금은 이 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져서 "이런 거 맨날 봤던 거야.....(급거리 두며)" 했고 남편은 "아냐, 내가 생각해도 맨날 보면 변태야^^" 라고 날 위로하듯이(?)말해주었다.

남편이 추천하기를 자기가 생각하기엔 여자들은 정상적인 영화에 나오는 정사신 정도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사람마다, 인생의 단계마다 우리가 겪는 경험의 수위가 달라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인생 초기부터 경험의 수위가 아주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강렬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무난하게 평범하게 경험의 수위가 높지 않았다.

경험의 수위가 달랐는데 어떻게 감정의 수위가 같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한테는 농담인 것이, 어떤 사람한테는 불쾌할 수 있다. 어떤 사람한테는 감동인 것이, 어떤 사람한테는 지루할 수 있다.

맞춰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맞는 사람과 더 맞춰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도 막장 드라마에서 예술 영화로 그렇게 장르를 조금씩 바꾸어 갔으면 좋겠다.

예술 영화라고 막장 드라마 요소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예술 영화에도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예술 영화와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술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가 그 영화의 주제가 아니고 막장 드라마는 '주제 없이'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술 영화는 심오한 어떤 중요한 주제를 말하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들을 활용한다.

막장 드라마는 주제 없이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뒤죽박죽 구성되어 있다.

원치 않게 자극적인 요소들을 인생에서 받아버린 사람들이라면, 그것에서 어떤 심오한 중요한 주제들을 찾아보자.

주제가 없다면, 막장 드라마로 끝나버릴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보면 변태지만, 불쾌한 일도 가끔씩 겪으면 내 안의 잠들어있던 여러 생각들을 활성화시켜주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여기며,

그렇게 오늘 하루도 예술 영화를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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