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것

내년이면 마흔이다.

딱 좋은 나이. (사실 마음 속으로는 서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후회되는 게 딱 한가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삼류대 간 것도, 내가 예쁘지 않은 것도, 패션 감각이 없거나, 남은 친구가 별로 없는 것도, 그닥 아쉽거나 후회되지 않는다.

그것은 나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친구는 편한 친구 한둘이면 되고, 패션 감각이나 얼굴이나 몸매가 착하면 쓸데없는 사람 따라붙는게 싫다. 온전히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쓰고 싶다. 너무 뛰어난 외모나 재능을 가진 사람을 세상은 가만 놔두질 않는다.

그저 하나 땅을 치고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눈치 보고 산 세월이다.

눈치를 보느라 내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조마조마 했고 걱정했고 어두웠다.

그리고 무엇을 위한 눈치였는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생존을 위한 눈치였을 것이다.

외모도, 재능도, 성격도, 환경도 따라주질 않으니 눈치라도 봐서 살아남으려는 거였을 것이다.

이해가 된다. 그 시절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런 삶의 태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내 자신을 이해한다.

눈치 보면서 살 필요가 없다. 인생은 너무 짧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고, 상대방이 거기에 대해 기분 나빠하면 사과하고, 이도 저도 안되면 자주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가면 된다.

내가 맞춰주지 않아도 꼭 남는 한둘이 있다.

그 한둘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삶이 여러사람 눈치 보며 사랑을 갈구하는 삶보다 낫다.

각자 본연의 모습대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대로, 그 범위 안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

세상은 나에게 늘 협력하라고 가르쳤다. 협동하고 가능하면 양보하는 게 미덕이라고 했다.

그것은 공동을 위한 미덕이다.

내 개인을 생각한다면,
어느 길이 더 행복할지는 우린 바로 안다.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야만 본연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모습을 먼저 드러내지 않으면 그걸로 사랑받는 기쁨을 알지 못한다.

내가 자발적으로 맞춰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거야말로 환영할 일이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니 온전히 나 혼자로서는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맞추고 싶은게 아니라면, 스킵하자. 죄송하지만 당신에겐 더 당신에게 맞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도 그런 사람이 있을거예요. 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하자.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 도대체 얼마나 큰 걸 얻으려고 그렇게 많이 신경 쓰고 사나.

내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것이 꾸며내는 삶의 출발점이다.

내 원래 모습이 별로니 그렇게도 꾸며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상대방은 전혀 내가 본인한테 엄청 잘해줬다고 생각지 않는데, 나는 이미 그에게 다 바친 것 같다. 그리고는 상처 받는다.

남은 한둘, 그것에 집중하는 삶도 생각보다 초라하진 않을 것 같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건지, 신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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