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일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국민학교 때 키는 작고 머리는 큰 남자아이가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내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겼을 때 매번 아무 말 못했던 것.

"야!!! 니꺼도 잡아당긴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학교 때 봄날은 간다 DVD는 안 보고 내 첫키스를 가져가고 (뺏어가진 않았다) 당연한 수순으로 이제 오늘부터 1일이냐고 (ㅋㅋ 풋풋...) 문자 보냈던 내게 "나는 집안사정이 안 좋아서 누구를 사귈 상황이 못 돼.."라고 했던 태권도학과 남자아이에게 역시 아무 답문도 보내지 못했던 것.

"이 자식아, 그 얘길 왜 지금 하냐?!"

라고 답문을 바로 보냈다면 그 남자애에게 한방을 날릴 수 있지 않았을까..

자신감 부족으로 미루다 미루다 27에 늦게 취업한 소기업 차장님께서 술 드시고 약간 비틀거리시는 것 같아 부축했더니 "야, 이래서 회사에서 일 나는거야.."라고 했던 유부남 차장님에게 아무 말 하지 못했던 것.

그런데 이땐 과연 무슨 말을 했었어야 내 자신도 보호하고 그 분도 오잉?할 정도로 뜨끔하게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근데 차장님은 가정도 있으시고 나이도 저보다 훨씬 많으시잖아요 ㅠㅠ"

이랬어야 했던건가....

신혼시절 아직 아이가 생기기 전에, 시어머니께서 요리 못하는 며느리에게 요리를 전수하고자 고향에 남편(시아버지)을 두고 홀로 아들 신혼집에 세달을 머무셨을 때,


남편 출근 후, 양치질하고 있는 내게 침대 머리맡에 이렇게 먼지가 많다면서 내 코 앞에 걸레를 내미셨을 때, 아무 말 하지 못했던 것.

"어머~ 어머니~~ 제가 양치질하고 있는데 갑자기 걸레를 들이미시니 깜짝 놀랬어요~~^^ 제가 양치질 다 하고 나서 먼지 닦을게요~~^^"

라고 얘기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늘 후회가 된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표현방식이 과연 무엇이었을까는 사건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알쏭달쏭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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