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이면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사람들은 나에게 경청을 잘 한다고 한다.

내가 사람의 말을 정말 주의깊게 들어서 말할 맛이 나게 만든다고들 한다.

나는 사람들 말에 귀기울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하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여러가지 일들은 대부분 내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인생의 너무 자극적인 맛을 일찍이 맛봐서 심심한 건강한 맛은 내가 느끼지 못하는 그런 경우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었을 때, 공감해주었을 때 정말 기뻐한다는 것을 안다.

나로 인해 그들이 기뻐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느낀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너무 심심한 밥알 씹는 느낌이라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에 나는 의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그 사람 앞으로 기울이고 엄청나게 그의 말에 집중한다.

집중해서 그의 말에 몰입하려 애쓴다.

몰입하지 않고서는 그의 말에 경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청'의 이면은 이러한데,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고 하니 이야기 할 맛이 난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신이 난다고들 말한다.

사실의 '이면'은 이런건데 말이다.

진실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진실 따위 개나 주자.

나도 내 자신을 모르는데 무슨 진실을 캐내겠다고.

그저 시시포스의 돌을 무던히도 올리는 오늘 우리가 서로가 있음으로 인해 한번 더 웃었으면 그만이다.

인생은, 행복은 어쩌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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