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때는 누군가의 미소가 이불이 된다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내가 태어난 이유 있을까.

어쩌면 나도 쓸모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었을까.

뱃속에 있을 때 아빠가 날 지우라고 했던 얘기.

아빠때문에 늘 슬프고 두 자매를 키우기 위해 늘 피곤했던 엄마.

학창시절에 늘 기죽고 눈치 봤던 나.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것을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의미와 목적과 재미를 못 찾던 나.

그 와중에서도 친구를 만났던 나.

친구와 함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진실로 나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여러가지 힘든 일도 즐겁게 추억할 수 있었던 나.

드디어 사랑에 빠졌던 나.

첫번째 남자친구, 마지막 (아마도..) 남편.

사랑에 빠지고 처음 사랑을 받고 당황스러워 했던 나.

못난 나를 왜... 나는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

난 늘 기죽어 있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불행도 어쩌면 습관이 맞나보다.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내가 태어나고 느낀 것은 외로움과 내 눈앞의 세계를 어떻게 마주서야 할지 모르는, 그런대도 늘 이 많은 것들을 해야만 하는 당혹스러움이었다. 간혹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나는 왜 문득 이런 세상에 던져진걸까 도대체 이 모든 것들이, 이 많은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살아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정말 몰랐다.

제대로 사는 방법. 사랑 받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에 대해 누가 가르쳐준 적도, 보고 배울 기회도 없었다.

나에게 세상은 늘 당혹스러운 것이었고, 예측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었다.

나를 공격했던 사람들,

당신들도 이런 세상의 공허함과 당혹스러움에 가시를 세운 거였나요... 당신들도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더 자신의 모습을 두꺼운 갑옷으로 감춘 거였나요..

그랬든지, 진짜 나쁜 사람들이었던지 이젠 상관없다.

나는 다르게 살면 된다.

나 혼자의 힘이 절대 약하지 않다.

나의 웃음이, 나의 격려가,

누군가의 한번의 미소가, 그의 친절함, 우리에 불행에 대한 그의 진지한 경청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옷도 없이 홀로 던져진 것 같은 나에게 따뜻한 이불을 덮어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음을 난 분명 기억한다.

그들은 자신이 무심코 보여줬던 친절을 기억도 못할 것이고,

내가 앞으로 친절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추웠던 사람에게는 잠시라도 온기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못난 사람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있다.

그것마저 포기하지는 말자.

작가의 이전글응원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