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욕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보면 추락의 욕구에 대해서 나온다. 주인공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떨어지고 싶은 아찔한 욕구를 느낀다.
예전 에크하르트 톨레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김치찌개를 먹다가 뜨거운 눈물이 주륵 흘렀다. 톨레의 모든 말이 다 주옥 같았지만 그 중에서 내 가슴을 파고 든건 바로 이 말이었다.
지금까지 고통을 겪었던 건 그 고통이 나에게 필요없음을 알게 해주기 위해 필요했다고..
어릴 적 외로웠던, 또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 나에게도 드디어 언제나 꿈에 그리던, 어느 가구 잡지에서나 볼 듯한, 천진난만하게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와 함께 웃고 있는 행복에 넘친 부부의 모습.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듯한 행복에 충만한 가정.
나는 이제 그러한 가정을 드디어 꾸리게 되었고 이제는 정말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느낄 정도로 내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이렇게 꿈에 그리던 가정을 드디어 이루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됐는데..
나는 가끔 이 모든 것을 다 헤집어 버리고 망가뜨리고 싶은 그러한 정말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충동에 휩싸이곤 한다.
이 행복을 다 헤집어 버리고 원래의 나대로 돌아가고 싶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자극하는 그 이상한 욕구.. 그래야만 무언가 속 시원해질 듯한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숨겨진 나도 모르는 나...
그러한 욕구가 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다. 나는 영원히 불행에서 살아야만 하는 운명 같아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싫어서.. 너무나 미워서..
항상 자신을 괴롭히는 이상한 남자들하고만 엮이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러한 여자들은 싫다고 하면서도 항상 나쁜 남자들만 끌여 들인다. 그것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고통을 겪으며 자란 사람들은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또 익숙한 고통을 택하고 자신에게 고통을 줄만한 사람을 찾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내가 이 꿈에 그리던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얼마나 많은 방황을 했는지에 상관없이 또 나에게 익숙한 고통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너무나 눈이 부시기에, 너무나 아름답기에 나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러한 하늘의 별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나의 고향인 땅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충동에 종종 휩싸이게 되는지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 나온 구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기차를 멈출 수 없는 것이라기 보다는, 당신은 아예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때쯤에는 고통체가 당신을 통해 살아가고 있고, 당신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체에게 고통은 쾌락이다.”
그렇다. 나에게는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해왔던 나의 반갑지 않은 친구같은 고통체가 있었고 그 고통체는 나의 깊숙한 어딘가에 잠시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이따끔씩 나타나 다시금 쾌락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내 반갑지 않은 친구에게 고통은 쾌락이니까..
이러한 나같은 사람들도 정말 오래도록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고통체에게 다시금 나를 내맡기지 않고 말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쓴 [감정도 습관이다]라는 아주 좋은 책이 있다. 고통으로 자꾸 빠지려 하는 내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할 때 나를 다시금 새로 다잡게 만들어 주었다.
그 책에서 보면 감정도 습관이기에 고통의 감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부정적인 사람도 일상에서 아주 가끔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부정적인 사람의 특징은 부정적인 감정을 잘 기억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금새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방법으로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마다 기록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어느 순간 문득 긍정적 감정이 들 때 (갑자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던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던가, 어떤 음식이 너무나 맛있어 순간적으로 행복했다던가, 어떤 일을 마치고 성취감을 잠시나마 느꼈던 일 등 말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나만의 긍정 수첩에 빠짐없이 기록해놓는 것이다.
기록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되고, 그 긍정 수첩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보아 내가 느꼈던 그 긍정적인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고 내 마음 속으로 한번 더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긍정적 감정을 되살리다보면 나의 긍정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근육이 점점 강해지면서 나의 감정은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지게 된다.
나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나의 반갑지 않은 오래된 친구인 고통체라는 녀석은 나를 찾아오지 않은지 꽤 되었다.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아마 내가 접대를 해주지 않아 아주 말라깽이가 되어 비실비실하고 있지 않나 싶다. 불쌍한 녀석..
추락의 욕구를 느끼는 나같은 분들이 있다면그 욕구에 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 녀석에게 접대를 하고 안 하고는 주인인 우리의 마음이니까.